그리운 사람

2009. 6. 13. 06:22일기

<그리운 사람>
2009.06.12 금요일

피아노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오늘따라 따뜻하고 편안한 주황색 햇살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학원버스 안에서, 3학년 여자 동생 아이랑 여느 때처럼 끝말잇기를 하며 쿡쿠~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내 몸의 혼이 일부 빠져나가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창문 바로 옆 인도에 아주 낯익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버스 바로 옆 잡힐 듯한 거리에서, 조금 앞서 자전거를 타고 여유 있게 달리는 아저씨는, 누군가를 꼭 빼닮았다. 챙이 있는 밀짚모자를 헐렁하게 얹어 쓰고, 하얀색과 하늘색 체크무늬 남방에 허름한 바지를 입고, 바람을 느끼듯 페달을 밟았다 놓았다 하며 그림처럼 달리는 그 사람! 나는 순간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이~!' 그런데 이상하게 간절하게 소리쳐 그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온몸이 떨리고, 입술을 뜯어먹을 듯이 잘근잘근 깨물며, 후으음, 후우으~ 숨이 가파올랐다. 언젠가 책에서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으면 말이 안 나온다는 구절을 읽었는데, 그 느낌이 어떤 건지 너무도 잘 알 것 같았다.

이름을 부르면 아주 바람처럼 날아가 버릴까 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오래도록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창문에 두 손바닥을 대고, 우두커니 바라만 보았다. "상우 오빠, 왜 그래?" 옆에서 묻는 후배의 말을 듣고도 그냥 "으음~" 하며, 돌처럼 굳어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어느새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창문 밖의 그 모습은 방향을 바꾸어 과일 가게 쪽으로 사라졌다. 햇살도 자전거를 따라 사라졌다. 내가 조금 전 창문에서 본 그 뒷모습은, 아마 다른 세계의 모습이었나 보다. 나는 그 모습을 잊지 못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창문에서 손바닥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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