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뭐길래!

2009. 2. 9. 16:11일기

<승부가 뭐길래!>
2009.02.07 토요일

4교시에 국화 반과 축구 시합을 하였다. 안개 때문에, 오늘따라 운동장을 감싸는 공기가 음침하게 느껴졌다. 국화 반이 어떤 반인가! 유난히 운동을 좋아하는, 덩치 크고 기운 팔팔한 아이들이 몰려있기로 이름난 반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되자마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격전이 펼쳐졌다. 나는 수비수로 뛰면서 비정한 눈빛의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국화 반 아이들에게 은근히 기가 죽었다.

하지만, 겁먹은 티 내지 않고 눈썹에 힘을 주고, 이를 앙 문 채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는 곰이 아니다, 사자가 되어야 해, 공을 놓치지 말자!'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안간힘을 썼는데, 전반전은 2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이 들어서자, 우리 송화 반은 더 악착같이 달렸다. 특히, 준렬이, 성환이, 재호, 우리 반 강호들의 활약이 빛났다.

그래서 후반전 2골을 넣어 무승부가 되었고, 선생님께서 승부차기로 끝내자고 하셨다. 장군들의 목숨을 건 곁투같은 승부차기는, 우리 반이 2대 0으로 끝내주었다. 기쁨에 넘친 우리 반의 함성은, 땅을 두드리고 안개를 걷어낼 만큼 우렁찼다. 나도 다른 때보다 공을 많이 차 보았다는 만족감에 배꼽이 보이도록 두 손을 높이 펼쳐들고 팔짝팔짝 뛰었다.

그러나 국화 반 아이들은 억울하다는 듯,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엉엉 눈물을 쏟아냈다. 어떤 아이는 무릎을 꿇고 앉아 넋을 놓고 울었다. 감정이 폭발한 국화반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이 다가와 위로를 하자, 막 밀치고 화풀이를 했다.

모두 흩어져 스탠드로 올라갈 때, 국화반 어떤 아이가 우리 반 임시 담임 선생님이신, 체육 선생님이 편파 판정을 했다며, 발을 구르며 욕을 했다. 국화 반 주장도 선생님이 우리 반을 봐주었다며 악을 썼다. 화가 난 우리 반 주장도 선생님 욕하지 말라며 주먹을 쳐들었다.

나는 멀리 운동장 중간에서 뒷정리를 하고 계시는 선생님 귀에, 싸우는 소리가 들어갈까 봐 바짝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싸움은 더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개인처럼 구는 국화 반 아이들 태도가 몹시 불쾌했고, 모욕감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깟 승부가 뭐길래 목숨이라도 건듯 난리를 부리는 걸까? 먹이를 뺏긴 짐승들도 그러진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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