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한 뒤 달라진 것

2009. 2. 6. 08:33일기

<개학을 한 뒤 달라진 것>
2009.02.05 목요일

오늘 아침에는 하얀 눈이, 소금을 솔솔 뿌리는 것처럼 내렸다. 눈은 잠바에 닿아도 스르르 녹지 않고, 통통 튕겨나갔다.

아직은 어두침침한 길, 하나, 둘씩 소금 눈을 맞으며 걷던 아이들이 자꾸 모이고 모여서,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학교 가는 길은 붐비고 활기 넘쳤다.

어제 우리 학교는 개학을 했다. 아이들은 명절날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맘 놓고 떠든다. 교실 창문으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리가, 짹째재잭 봄을 맞은 새소리 같다.

우리 반은 담임 선생님께서 어학연수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체육 선생님이 임시 담임 선생님을 맡으셨다. 나는 우리 선생님을 볼 수 없어 마음 한쪽이 너무 쓰렸지만, 꾹 참고 선생님의 이름을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시 선생님의 수업에 열중했다. 친구들도 아주 잘했다. 다 내 마음 같은 걸까?

개학을 하고 나니 모두가 덜 까분다. 욕소리가 안 들리고, 조용하게 얘기한다. 예를 들어 반에서 힘이 제일 셌던 아이는, 약한 아이가 조금만 뭐라 그래도 주먹을 쥐고 위협하듯 말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선생님 말씀도 잘 따른다. 쉬는 시간에 떠드는 소리도 반으로 줄었다.

가만히 보니, 아이들 눈빛도 초롱초롱 맑아지고 침착해졌다. 뭔가 새로운 기운이 흐른다. 도대체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곧 알게 되었다. 한 친구가 나에게 "상우야, 너 많이 컸구나! 뭔가 달라졌어!" 했기 때문이다. 겨울 방학이라는 긴 시간과 경험이 우리를 서로 크고 달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 이 모습을 보셨더라면 '녀석들, 철 들었구나!'하고 흐뭇해하셨을 텐데... 우리 반이 계속 바른 자세로 수업을 잘하자, 마지막 수업 때, 체육 선생님께서 "기분이다, 4교시는 체육이다!" 하고 외치셨다. 우리는 와~ 벌떼처럼 달려나가, 눈비가 와서 썩은 스펀지 케잌 같은 운동장을 푹덕푹덕 밟으며 뛰어놀았다. 새로 산 운동화가 흙탕물에 젖어도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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