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먼 팽이 장난감

2009. 1. 13. 15:27일기

<내게 너무 먼 팽이 장난감>
2009.01.10 토요일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스텐드 불을 켠 뒤, 후들거리는 손으로 스르르 책상 서랍을 열었다. 구석에 껌같이 접어 숨겨놓은 비상금 만 원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산책하는 척 집을 나섰다.

바깥공기는 건조해서 코끝이 말랐고, 조금 걸으니 얼음 조각이 온몸에 박히는 것처럼 차가왔다. 내가 아침 일찍 도망치듯 밖으로 나온 이유는, 오래전부터 꼭 갖고 싶었던 팽이를 사기 위해서다. 그것도 엄마, 아빠 자고 계신 틈을 타서 몰래!

그 장난감 팽이는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것인데, 난 그게 재미있어 보였고, 갖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안된다고 하신다. 무슨 팽이가 7천 원 씩이나 하냐며, 도대체 정신이 있느냐고 펄쩍 뛰다시피 하셨다. 그리고 그런 걸 사는 애가 세상에 어딨느냐고!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아빠, 엄마가 안된다고 하는 물건들이 친구 집에 가보면 다 있다.

시리즈 로봇, 컴퓨터 게임 Cd, 닌텐도, 장난감 스포츠카, 이런 것들이 잔뜩 진열된 친구들 방에서 나는 왜 저런 걸 못 가질까 슬프기까지 했었다. 친구들은 시험을 잘 볼 때마다, 부모님이 사주셨고, 작은 건 용돈으로도 산다고 했다. 나는 시험을 잘 본 댓가로 부모님께 장난감을 요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왜 내 용돈으로도 사고 싶은 것을 살 수가 없는 것일까? 부모님은 안된다고 하셨지만, 난 며칠 밤을 살까 말까 고민했고, 드디어 오늘 팽이를 사고야 말리라!

먼저 집에서 가까운 <딱따구리> 문방구에 가보았다. 하지만, 문은 차갑게 닫혀 있었고, 문에는 '10시에 개업'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았다. 아직 8시 25분이었다. 나는 바로 앞에 보이는 407동에 사는 경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훈아?", "상우야, 왜?", "딱따구리에서 팽이를 사려고 하는데 아직 문을 안 열었어, 거기서 팽이 파니?", "어떤 팽이?"

"저~ 탑 블레이드 팽이! 하지만, 착각은 하지마. 내가 가지고 놀려는 게 아니니까!", "에이~ 착각이 드는데! 괜찮아~! 그거 애들도 거의 다 가지고 놀아!", "헤헤, 알았어, 끊어!", "응!" 할 수 없이 학교 앞에 있는 <아침> 문방구까지 가보았지만, 문은 열지 않았다. 그 앞에서 왔다갔다하며 기다렸는데, 얼마나 추웠는지 귀가 선인장 가시로 찌르는 것처럼 따가웠고, 두 손이 피가 나려는 것처럼 빨개졌고, 허벅지는 뜯어지는 것 같고 발은 깨지는 것 같았다. 맙소사! 난 양말도 신지 않고 나왔다!

주인아줌마가 "여기서 기다렸니?" 하며 나타났을 때, 겨우 "네~."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팽이를 찾자, 아줌마가 인기가 좋아서 다 팔리고 딱 하나 남았다며 보여주신 건, 만원이나 하는 더 비싼 팽이였다. 나는 순간 눈이 팽 도는 것처럼 아찔했고, 그거라도 살까 망설였지만,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힘없이 문방구 문을 나설 때, 그놈의 칼 같은 바람 소리가 카앙~ 하고 나를 비웃듯 음흉하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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