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소동

2009. 1. 5. 13:11일기

<화석 소동>
2009.01.03 토요일

엄마가 바쁘셔서 집에 안 계셨다. 나는 배가 고파서 영우랑 밥 타령을 하였다. 그래서 아빠는 우리를 데리고 집에서 좀 떨어진 시골길에 있는 식당으로 가셨다. 그 식당은 오늘 다른 건 안 되고 설렁탕만 된다고 했다.

영우랑 나는 설렁탕을 훌떡 먹고 식당 밖으로 나와 뛰어놀았다. 영우는 주차장 마당 한가운데서 춤을 추며 놀았고, 나는 마당 가장자리에 있는 마른 풀숲 속을 파헤치며 놀았다.

"영우야, 이리와 봐!" 영우는 춤을 추다가 "왜?" 하며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나는 바로 전에 풀숲 돌무더기 사이에서 발견한, 네모난 바닥에 브이(v)자 모양의 무늬가 찍혀있는 거칠거칠한 회색빛 돌을 영우 눈앞에 바짝 들이밀었다. 영우는 얼굴을 돌에서 뒤로 떼고, 양손을 모아 돌을 잡고, "와~ 이게 무얼까?" 하였다. 우리는 계속 그걸 계속 번갈아 잡아가며 관찰하였다.

아무 말 안하고 눈길만 주고받다가 "이거 혹시 화석 아니야?" 하자 영우는 "정말? 그럼 이건 어떤 화석일까? 새 발자국 화석인가?" 하고 놀라워했다. 그러는 사이 아빠가 밥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며 우리를 보고, "얘들아, 뭐하냐?" 하며 다가오셨다. 우리도 아빠를 향해서 달려가며 "아빠! 이것 보세요!" 하며 신기한 무늬가 찍혀 있는 돌을 내밀었다. 아빠는 그걸 보고 "에이 더러워! 갖다가 버려!" 하셨다.

내가 화석을 꼭 움켜쥐고 "안돼요! 집에 가져갈 거예요! 중요한 연구자료가 될 수도 있고, 돈이 될지도 몰라요!" 하며 꽉 버텼더니, 아빠는 "좋아. 이리 주렴. 트렁크에 넣을게." 하셨다. 나는 좋아라하며 아빠에게 돌을 맡기고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니 아빠가 트렁크에 돌을 넣지 않고, 돌을 다시 풀숲에 던지는 것이었다. 나는 악을 바락바락 써가며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차 문이 안에서는 못 열고 바깥에서 열 수 있게 조종되어있어서, 나와 영우는 창문으로 아빠를 향해 난동을 부렸다.

두 손으로 창문을 쾅쾅 때려대며 콧등에 주름을 잔뜩 잡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차가 흔들리도록 "악~ 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아빠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풀숲에 버린 돌을 다시 찾아 트렁크에 넣으셨다. 그러고는 차 안으로 들어오시면서 "그 돌이 그렇게 좋으니?" 하셨다. 우리는 동시에 쩌렁쩌렁한 소리로 "네~!" 하였다. 나는 덜컹거리는 차의 흔들림에 몸을 싣고서, 차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돌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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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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