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져요!

2008. 10. 24. 08:45일기

<날씨가 추워져요!>
2008.10.23 목요일

오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놀랐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할 때, 갑자기 매서운 칼바람이 내 몸을 쓱~ 휩쓸고 갔다.

나는 너무 추워서 온몸이 핸드폰 진동처럼 즈즈즈즉 흔들렸다. 그리고 '후~' 숨을 한번 내뱉었는데, 입에서 입김이 눈보라처럼 흘러나왔다. 나는 속으로 '아! 그동안 그렇게 덥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추위가 오는구나!' 생각했다.

깡 말라서 쪼글쪼글 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칼바람을 못 이기고 후두 두둑 떨어져 내렸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으으~ 하면서 걸었다. 영우는 아흐흐흐~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바람에 대항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었다. 자꾸 바람이 얇은 잠바 옷깃으로 스며들어 와서, 뼛속까지 관통하고 빠져나갔다. 영우는 귀가 산딸기처럼 빨개졌다.

고기 한 근 만큼 두꺼워진 옷을 입고도, 학교 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모두 하얀색이었다. 거의 얼어가는 사람처럼 발을 멀리 내딛지 못하고 한쪽씩 띄엄띄엄 움직였고, 팔도 활발하게 흔들지 못하고, 로봇처럼 딱딱하게 움직였다. 나는 볼이 공기에 부딪힐 때마다 얼음물을 대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올때도 햇볕은 더 따뜻하지 않았고, 놀이터에 미끄럼틀은 햇볕에 달구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체처럼 차가웠다. 이제 빨간 나뭇잎 비도, 따뜻하게 내리쬐던 햇살과도 안녕이구나! 차가운 바람과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친해져야 할 때가 왔구나!

피아노 학원을 갔다 오고 나서, 추위로 얼굴이 땡땡 붉어졌는데도, 나는 내 방 앞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어두컴컴해진 창밖에 싸늘한 공기와 빈 나뭇가지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왠지 이 싸늘한 바람과 어둠이 점점 밉지 않아졌다. 머지않아 이 나뭇가지 위에 서리가 피고,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이도록 몰아올 거라는 약속을 바람결에 들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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