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계란!

2008. 9. 12. 13:42일기

<날아라 계란!>
2008.09.09.화요일

요즘 우리가 운동회 연습 때문에 지쳐 있자, 선생님께서 우리를 위해 뭔가 재미있는 것을 고안하셨다. 미술 시간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계란 낙하산 놀이 준비를 하느라, 우리 송화 반은 한참 분주하였다.

계란 낙하산 놀이란, 수수깡으로 집을 만들어 그 안에 계란을 넣고, 신문지로 낙하산을 만들어 실로 계란 집과 연결한 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과연 계란이 깨지는가 안 깨지는가 해보는 놀이다.

우리는 모둠마다 어떻게 하면 계란이 깨지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계란을 넣을 수수깡 집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다. 종이컵에 계란을 넣고 그 위에 수수깡 지붕을 덮은 모둠도 있고, 수수깡을 별모양으로 엮어 그 속에 계란을 넣은 모둠도 있었는데, 그 중 우리 모둠은 가장 단순한 모양이 안전할 거로 생각해서, 평범한 사각형 모양 수수깡 집을 만들었다.

1차로 우리는 운동장 축구 골대 뒤에 세워진, 쇠로 만든 사다리 맨 꼭대기에 올라가 낙하산을 차례로 날려보았다. 우리 모둠 것은 처음에 슉하고 날면서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저러다가 계란이 박살이 나겠군 하며 맘을 졸였는데, 땅에 닿기 직전에 낙하산이 퍽하고 펴져서, 아슬아슬하게 착륙하였다. 대부분의 모둠이 1차 실험에선 무난하게 착륙했고 계란도 깨지지 않았다.

2차에선 선생님께서 애들이 만든 낙하산을 교실 3층으로 가져 올라가 창문에서 날려보이셨다. 아이들은 아래에서 모두 모여 숨죽이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낙하산이 떨어질 때마다 아이들은 가슴 졸이며 아! 하고 소리 질렀고, 숨이 멎을 것처럼 끄읍~ 하는 소리를 내는 애도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뒷짐을 지고 교실 창문을 심각하게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우리 낙하산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새파란 하늘을 등에 업고, 활짝 핀 독수리 날개처럼 펼쳐진 우리 낙하산을 바라보며, 나는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떨어질수록 교실 담벼락에 계속 드드득 부딪히며 떨어져서 가슴이 긁히는 것처럼 불안했다.

하수구 철창에 툭 떨어진 우리 낙하산으로 달려가 장인표가 "네, 무사히 착륙~!" 하며 들어 올리는데, 수수깡 집 사이로 콧물처럼 끈적끈적한 액체가 쭉 떨어져 대롱대롱 매달렸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느라, 이 광경을 못 본 우리 모둠 여자애들에게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얘들아,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의 조종사가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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