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와 함께 수영을

2008. 8. 15. 23:12일기

<해파리와 함께 수영을>
2008.08.09 토요일

우리 가족은 1년 만에 기지포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왔다. 아빠와 나와 영우는 해수욕을 하려고 나란히, 바다로 이어지는 갯벌을 따라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썰물이 시작된 때라 바다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우리는 촉촉촉 발자국을 남기며, 바늘처럼 따갑게 내리꽂는 햇볕을 맞으면서 바닷가로 달렸다. 눈앞에 바닷물이 넘실대자 가슴 속이 펑 뚫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와 영우, 아빠는 동시에 멈칫하고 서서, 발끝 앞에 접시처럼 엎어져 있는 어떤 물체를 보았다. 보자마자 해파리란 걸 알 수 있었다. 해파리는 작은 미니 피자 크기였고, 투명한 우유빛이어서, 속에 박힌 4개의 파란 내장 기관 같은 원모양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나는 독성이 강한 붉은 해파리가 아닌 것에 일단 안심했고, 이 해파리는 곧 햇볕에 말라 죽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떠밀려온 해파리 떼가 우리 주위를 포위하듯, 셀 수도 없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걸 보고, 나는 기겁을 했다.

해파리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서 도망치듯 바다로 들어갔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은 채 '아~ 이제 안심이야!'했는데, 바로 앞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촉수를 흔들며, 해파리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악~!" 소리 지르며 찰방찰방 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물 밖에서 보니, 해파리 떼가 우글우글 하였다. 도대체 이 많은 해파리가 어디서 온 거지? 수온이 높아져서 갑자기 해파리 떼가 나타났다고 사람들이 투덜대는 걸 들으면서 나는 울상이 되었다.

어렵게 온 바다인데, 해파리 때문에 제대로 놀 수도 없으니 이게 무슨 꼴이람? 나는 큰 맘 먹고 다시 바다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안경을 쓰고 마구 두 손으로 파도를 가르며 헤엄쳤다. 그러다가 손끝에 해파리가 물컹물컹 채일 때마다, "꺄악~!"하고 소리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이쪽으로 헤엄쳐 도망치면 이쪽에서 채이고, 저쪽으로 도망치면 저쪽에서 만져졌다. 어떤 형아가 고무보트를 젓던 노로 던진 해파리가 바로 내 앞에 폭탄처럼 철퍽 떨어졌다. 헤엄치고 비명 지르고, 헤엄치고 비명 지르고, 공포의 여름휴가가 따로 없구나! 등골이 오싹하게 놀다 텐트로 돌아와서 나는 쓰러지듯 잠이 들어버렸다. 머리도 아프고 열이 나고 온몸이 욱신욱신 안 아픈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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