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의 효과

2008. 8. 2. 11:25일기

<삼계탕의 효과>
2008.07.30 수요일

어제가 중복이었는데 삼계탕을 못 먹어서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 댁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할머니께서 잘 아신다는 삼계탕 집을 향해, 낡고 좁은 골목길을 쭈욱 따라 걷다가 어떤 삼계탕 집을 발견했다.

그 집은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텔레비전에도 나왔던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나는 거기로 들어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할머니께서 우리가 가는 집은 저 밑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허름한 건물 안에 있었고, 사람이 없어서 아주 조용했다.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주인아주머니가 방으로 안내하였고, 방 안에는 이미 음식이 다 차려져 있었다. 커다란 뚝배기에 토종닭 한 마리와 까만 나뭇가지, 인삼 종류, 파가 하얀 국물에 잠겨 있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어나서 이런 삼계탕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기에, 삼계탕이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냄새가 은근하게 짭짤해서 빨리 먹고 싶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고 꾹 참았다. 할머니와 모두 기도를 하고 나서 나는 닭다리 하나를 들어 한 귀퉁이를 악~ 하고 베어 물었다.

고기 맛이 부드러워 어으~하고 몸을 떨었다. 국물도 한술 떠서 천천히 입에 넣었다. 따뜻한 국물에 눈꺼풀이 사르르 감기면서 몸이 흐물흐물 풀어졌다. 자꾸 할머니께서 밑반찬으로 나온 가지, 짠지, 깻잎, 김치들을 골고루 먹으라고 하셨지만, 별맛이 없어서 먹는 척만 하였다.

삼촌은 고기를 옆면으로 잡고 멋있게 조금씩 뜯으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언제 드셨는지 모르게 호호 웃으시며 그림처럼 조용히 드셨다. 엄마는 젓가락으로 조금씩 살을 발라 영우 먹이기에 바쁘셨다. 아빠와 나는 똑같이 한입에 통째로 앙~ 뜯어 먹었다. 찰밥도 국물에 찰찰 말아 먹었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더위를 삼계탕을 먹고 이겼다고 하는데, 먹고 난 다음에 영우랑 좁은 골목을 뛰어다니느라, 더 더워져서 삼계탕의 효과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무리 더운 복날이라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먹는 삼계탕이라면, 그만큼 좋은게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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