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녹이는 아이스 홍시

2008. 6. 18. 08:18일기

<아이들 녹이는 아이스 홍시>
2008.06.16 월요일

4교시 수업 시간이 끝나고, 급식을 먹기 전 청소하는 도중에, 우리 반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하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았다.

오늘 나오는 급식에 아이스 홍시가 나온다는 거였다. 아이스 홍시?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나는 아이들이 그렇게 설레어 하는 아이스 홍시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급식을 받아보니, 아이스 홍시는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에 오목하게 담겨 있었다. 토마토처럼 붉은색이었고, 탱탱한 모양에서 서리처럼 하얗게 차가운 기운이 샤아아 뿜어져 나왔다.

나는 젓가락으로 요놈을 콕 찔러 들어 올려서 한입 '스읍'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차가운 눈을 먹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들더니, 온몸이 찌릿찌릿해져서 나는 "오오우!" 하며 코를 찡그리고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 차가운 끝에 스며 나오는 달콤한 맛이란, 매서운 겨울이 녹아내리고 봄이 오는 느낌이었다.

아이스 홍시의 맛은 아이스크림과는 좀 달랐다. 뭐랄까? 잘게 부순 얼음을 씹는 느낌이면서도 속까지 달고 진했다. 그러면서 껍질도 살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아이스 홍시가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생각에,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눈을 감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들도 홍시 한입 샤로록 입에 넣고, 혀로 입맛을 다시며 눈을 한 번 동그랗게 활짝 뜨고 하기를 반복하며 먹었다. 아이들은 모두 나 같은 마음이었는지, 아무 소리 않고 아이스 홍시를 아주 천천히 행복하게 먹었다.


감 알레르기가 있는 몇몇 친구가 "누가 이 홍시 먹지 않을래?"하자, 아이들은 "나 먹을래! 나 먹을래!"하고 달려드느라, 또다시 우리 반은 술렁거렸다. 가위 바위 보를 하여서 이긴 친구들은 "앗싸! 나 홍시 받았다!" 하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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