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당번

2008. 3. 18. 23:04일기

<급식 당번>
2008.03.18 화요일

우리 반 아이들은 급식 시간이 되자,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급식 먼저 받기 전쟁(?)에 돌입했다. 먼저 손을 씻고 와서 자리에 앉아, 예쁘게 손 머리를 하는 모둠이 빨리 급식을 받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늦게 돌아오는 모둠은 전체가 나중에 받기 때문에, 아이들의 손 씻기 경쟁은 치열하다. 화장실 수돗가는 손 씻으러 온 다른 반 아이들까지 합쳐져 미어터지고, 어떤 아이는 손 씻으러 가는 척 나갔다가 그냥 들어오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유일한 손 씻는 곳인, 대걸레 빠는 수돗가에서 남들보다 여유롭게 손을 씻고 돌아와, 우리 4모둠과 함께 급식 당번 일을 시작했다. 준영이와 같이 교실 문 앞에 도착한 급식차를 스르르 교탁 옆으로 밀어 옮겼다.

곰돌이 무늬가 촘촘 박힌 급식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국을 뜨려 하다가, 문득 어제 일이 생각났다. 국을 뜨다가 실수로 건더기에 내 손이 살짝 스쳤는데, "에이씨~!" 하고 소리 지르며 아이들 대부분이 내가 뜬 국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국 뜨는 일은 포기하고 시금치 집어 주는 일을 맡았는데, 나는 기분이 상했다. 손도 깨끗이 씻고 떠 주었는데 뭐가 그리 더럽다고 트집을 잡을까? 아이들은 유난히 나에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교실 문을 들어서며, "얘들아, 안녕! 상우가 왔단다!" 하며 명랑하게 인사를 했는데, "너 어디가 조금 모자라는 거 아니니?" 하며 우르르 내 곁을 피해 버렸다. 나는 아침 일까지 생각하니 괘씸해서, 시금치를 잘 먹는 아이에게는 적게 담아 주고,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수북이 담아 주었다.

급식을 다 나누어 준 후, 마지막으로 준기와 내가 급식을 떴는데, 딱 두 토막 남은 생선 튀김을 서로 바라보다가, 작은 것을 집으라는 준기의 눈치를 뒤집고, 큰 생선 토막을 덥석 집어 자리로 들어갔다.


<알 떡볶이 먹는 아이들>- 상우 8살 때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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