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스케이트 코치는 어려워!

2008. 2. 21. 07:14일기

<인라인 스케이트 코치는 어려워!>
2008.02.20 수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영우와 함께 우석이네로 갔다. 우석이 남매가 며칠 전에 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연습한다는 것이다. 아직 인라인 스케이트가 익숙하지 않은 우석이와 서진이는 서로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서진이는 넘어질까 봐 한쪽 손에 죽도를 짚고 있었다.

영우와 나는 우석이 옆에서 걸으며 우석이가 비틀비틀 넘어지려 할 때마다 팔을 잡아주며 공원 트랙까지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공원 트랙까지 가는 동안 우석이가 자꾸 험한 길을 고집하여 애를 먹었다. 우석이는 벌써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인지, 하늘로 목을 쭉 빼고 신이 나서 "와우~!"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옆에서 잡아주는 나는 우석이가 넘어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따라다녔다.

공원 트랙 오르막길 위에서 우석이와 서진이는 서로 질세라 달리기 시작했는데, 내리막길에서 마구 미끄러져 내려가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상우야! 잡아줘~!", "상우 오빠! 잡아줘~!" 하며 거센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는 것처럼 멈추지 않는 우석이와 서진이를, 나랑 영우는 죽어라, 쫓아 달려갔다. 간신히 우석이 어깨를 잡고 멈추게 했는데, 영우는 서진이 몸을 붙잡다가 엉켜서 둘이 꽝하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선 우석이 남매는 트랙이 평평한 곳에 이르자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씽씽 달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둘이 평행을 이루면서 리듬을 타듯 시원하게 속도를 내는 것이었다. 나는 더 우석이를 따라갈 수가 없음을 알고 쫓아가는 것을 포기한 채, 우두커니 서서 둘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발이 빠른 영우도 그들을 따라 달려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와 입이 쑥 나오며 아기처럼 눈물이 흘렀다.

트랙을 한 바퀴 돌고 온 우석이가 뒤에서 어깨를 툭 치며 "상우야, 영우 저기 쓰러져 있어!"하고는 또 쌩하고 가버렸다. 나는 뒤뚱뒤뚱 영우에게로 달려가 보았더니, 풀밭에서 영우가 두 손을 대자로 펴고 누워 있었다.

영우가 일어나 잔뜩 눈썹을 찌푸리며 "형아, 우리두 엄마한테 인라인 스케이트 사달래자. 엉?" 하였다. 나는 영우를 쓰다듬어 주며 "에이, 안 돼. 사달라고 하면 살부터 빼라고 하실 거야." 했더니, "그러길래 운동해서 진작 살 좀 빼지 그랬어?" 해서 "알았어. 살도 빼고 형아가 용돈 모아서 중학생 되기 전에 사줄게!" 하며 영우 볼을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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