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 8. 11. 09:32일기

<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08.06 목요일

우리 가족은 해가 질 무렵,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넓은 풀밭을 산책했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오렌지 색깔로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렀다.

영우랑 나는 맘대로 앞서 걷고 뛰고 하다가, 벌써 온몸이 땀 국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상우야, 이거 받아 봐~!" 하고 뒤에 떨어져서 걷던 아빠가, 갖고 있던 작은 생수병을 야구공 던지듯이 내게 던지셨다.

나는 그걸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에 맞을까 봐, "우어어~!" 소리 지르며 도망쳤다. 물병은 맥없이 풀밭에 털썩~ 떨어졌다. 아빠는 이번엔 영우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고 하셨다. 그런데 영우는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손을 내밀어 받을 자세를 취했다.

아빠는 영우와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몸을 뒤로 휙~ 기울였다가, 다시 앞으로 확~ 기울이며 야구 선수처럼 던지셨다. 물병은 붕붕~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돌며 영우를 향해 떨어졌다. 영우는 눈초리를 무섭게 하고 병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바로 눈앞에 왔을 때, 마법처럼 탁~ 잡았다. 난 그걸 보고 나도 잡아보려고 아빠와 영우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빠는 나에게 나는 다시 아빠에게, 아빠는 또 영우에게 영우는 다시 아빠에게 물병을 던지며 쉬지 않고 뛰었다. 나도 처음엔 영우가 했던 것처럼 물병을 끝까지 쳐다보다가 얼굴에 맞았는데, 어느 순간 적절한 타이밍에 물병을 찹~ 받으니,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물병은 내 손을 맞고 튕겨나가고, 살짝 빗겨나가고, 내 머리를 때리고 지나가고, 좀처럼 쉽게 잡히질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물병을 잡으려고 온 힘을 다해 넘어지고, 콱~ 부딪히면서도 깔깔 웃었다. 넓은 풀밭에 생수병이 하늘 위로 분수보다 더 높게 솟구치고 내려오고, 꼭 실험 중인 로켓 같았다. 멀리서 보면 아마 생수병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우리가 흘린 땀도 생수병 안에 출렁대는 물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물병을 높이 던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