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맛조개

2009. 7. 28. 08:48일기

<바다와 맛조개>
2009.07.25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벽에 서해안에 도착했다. 방학이라고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는 영우와 나 때문에, 엄마는 많이 지치고 화가 나셨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서 지옥 훈련이다! 밥도 너희가 하고 각오해랏!"

마침 서해안은 휴가철을 맞이하여, 물고기 잡기와 조개잡이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조금 잔 다음,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조개를 잡으러 갯벌로 들어갔다.

나는 조개를 잡기 전에 바다를 느끼려고, 찰방찰방 물을 차고 들어가 발을 담갔다. 그러자 언젠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위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고 밑은 차갑지만 부드러운 가루 얼음이 깔린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갯벌은 그 가루 얼음처럼 보송보송했다. 갯벌을 보드득 밟으며 걸을 때마다, 잔파도가 엄마 손처럼 내 발을 감싸다가 사르르~ 부서졌다.

사람들이 조개를 잡으려고 모인 곳은 달 표면 같았다. 조개를 잡으려고 삽으로 막 파놓은 울퉁불퉁한 구덩이가, 달에 운석이 떨어져서 패인 자국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호미를 번쩍 쳐들어 일단 아무 곳에나 던졌다. 그리고 호미가 탁 떨어진 곳을 정하여 파기 시작했다. 한참을 파보아도 흙탕물과 돌멩이만 나왔다. 그래서 호미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파보았다.

그런데 진흙을 한 움큼 잡아올린 내 손목에, 무언가 미끌미끌한 분홍빛의 긴 줄이 팔찌처럼 감겨 있었다. 이게 뭔가? 하기도 전에 그것은 내 왼쪽 손목을 한 바퀴 빙 감으며 돌고 있었다. 나는 꺄아아아~ 소리 지르며, 오른 손등으로 왼손에 감긴 것을 스윽~ 밀어서 집어냈다. 그것은 내 손등 위에서 몸을 마구 비틀며 꿈틀거리다 떨어졌다.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안 예쁜 것 하나는 바로 갯지렁이, 이 녀석일 것이다!

그동안 아빠는 맛조개를 7마리나 캐셨다. 아빠가 하는 것을 지켜보니, 너무 질척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갯벌을 골라 땅을 파셨다. 그러면 마법처럼 물이 차지 않고, 동그란 맛조개 구멍이 드러났다. 거기다 맛소금을 솔솔 뿌리면 맛조개가 뽁~ 하고 올라왔다.

아빠가 맛조개 한 마리 올라온 것을 보고, 나에게 한번 잡아보라고 하셨다. 내가 구멍 앞에서 기다리니, 아빠는 거기다 대고 계속 소금을 뿌리셨다. 맛조개가 몸을 내밀자, 나는 대나무 같은 맛조개 껍데기을 후들거리는 손으로 잡고 힘을 주어 잡아뺐다. 내 손끝에는 맛조개가 긴 혀 같은 것이 축 늘어져서 매달려 있었다. 맛조개는 맛이 좋아 맛조개가 아니라, 잡는 맛이 짜릿하고 특별해서 맛조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와 맛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