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밥과 독서 캠프

2011. 8. 3. 17:14일기

<라면 밥과 독서 캠프>
2011.07.29 금요일

엊그제 아침, 우리 학교 고은미 국어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주 내가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열리는 독서 논술 캠프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슈퍼블로거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밤, 나는 햇빛에 거의 화상 입은 듯이 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냉찜질을 하고 통증에 시달리며 '오, 하느님!'을 밤새 부르짖었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요번에는 꼭 가겠노라 다짐을 한 금요일이다. 요즘같이 추적 추적 비가 오고,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리도록 더운 날에는 밖에서 뛰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책만 보기에는 갑갑하고 덥다. 선풍기를 틀어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젖는다. 집 밖에서도, 집안에서도 괴로운 날씨고, 청춘이 아까운 시절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학교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른다. 독서 논술 캠프는 국어 선생님께서 온종일 진행을 하신다. 이 캠프는 태양이 온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동안에도. 시원한 학교 도서관에서 별천지처럼 열린다. 국어 선생님께서 직접 지도하시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방학 중에 총 30권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수업 태도가 좋은 학생들에게는, 매점 상품권과 문제집, 전교 1등만 입을 수 있다는 청운중학교 티셔츠를 상품으로 걸어놓으셨기 때문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열기 또한 대단하다.

'다두데두다두데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자, 선생님께서는 도우미로 오신 임원 어머니와 함께 컵라면을 준비하시고, 수업 태도가 바른 아이들이 있는 줄부터 순서대로 먹게 하셨다. 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라면과 같이 먹는 것이었다. 내가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것을 알고 선생님께서 "상우야, 라면 하나 가지고 되겠니? 몸에도 좋지 않은 걸 가지고..." 하며 걱정의 눈빛을 보내셨다.

나는 컵라면 하나로 만족했기 때문에 별로 상관하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는 도시락으로 싸오신 고슬고슬한 검정과 보라색 잡곡밥을, 내 라면 국물에 말아 먹으라고 숟가락으로 떠서 퐁덩~ 넣어주셨다. 나는 덕분에 배가 부름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라면이 뜨거워 얼굴에서는 땀이 샘물처럼 방울방울 솟아나고, 에어컨 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내 속은 뜨겁게 달구어진 손 난로처럼 따끈따끈하게 되었다. 나는 라면을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먹었고, 이번에는 밥까지 말아져 있어서 꼭 물에 알갱이를 타서 먹는 것처럼 호로로로~ 호로로로~ 들이켰다.

따뜻한 라면 국밥을 뚝딱 해치우고 임원 어머니께서 주신 삼각김밥 포장을 뜯었다. 상표도 없고, 가격표도 붙어 있지 않은 걸 보니, 아마 학부모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인가 보다! 나는 포장을 뜯고 '빠자잡~' 한입 크게 깨물었다. 보통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삼각 김밥과 달리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 있었다. 계란 후라이와 볶음 김치, 다진 고기가 들어 있어서 여러 가지 맛을 한번에 느끼면서 나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우물거렸다.

마지막으로 포장지에 붙은 김 한 조각을 다 핥아 먹고 정수기에서 물을 뽑아 한번 시원하게 들이켰다. 물을 마시고도 나는 푸짐한 점심의 여운이 남아 입맛을 다셨다. 자리에 앉아 남은 점심시간 동안 아이들과 건강검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서관 책장 사이 어둡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라는 책을 뽑아 읽었다. 어느새 선생님께서 높은 목소리로 "자,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와 주세요!" 말씀하셨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 머리와 배를 두둑이 채우니 몸이 더 커진 기분이었다.


라면 밥과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