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1/07/08 13:43
<하늘로 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2011.07.07 목요일

센이야, 요즘 저 구름 너머에서 밥은 잘 먹니? 상우 형아는 요즘도 센이 생각을 하면서, 가끔 네가 먹던 밀크 본을 씹어 본단다. 2봉지나 남았지만, 먹을 주인 없는 쓸쓸한 먹이를 말이야. 음~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니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이 생각나는구나.

그때 너는 생후 50일밖에 안되어, 시골 농장에서 생판 모르는 도시의 밤길을 박스에 실려서 달려왔었지. 엄마와 떨어져 얼마나 두려웠을까? 벌벌 떤 나머지 온몸이 침으로 범벅이 돼서 하수구 냄새가 났었고, 급하게 목욕을 씻기고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는데도, 밤을 새워서 방문을 긁어대며 낑낑거렸지.

나도 잠을 설치다가 한밤중에 깨어나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마당을 통해 열린 문으로 들어온 네가 화장실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거야. 잠도 안 자고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여 있고 몸은 뜨거웠어. 너무 가여워서 너를 조심스럽게 번쩍 들어 안아주니, 내가 엄마인 냥 내 볼을 핥아주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따뜻하고 간지럽고 부들부들한 느낌~ 넌 핥아주는 걸 참 좋아했어. 내가 손을 갖다 대면 핥고, 내가 서 있을 때면 바지를 핥았지.

요즘은 지나가는 사람이나 친구들, 선생님의 얼굴에서 개가 자꾸 겹쳐 보여. 어떤 사람은 비글, 어떤 사람은 포메라니안, 어떤 사람은 진돗개, 종류도 다양하게 말이야. 아마 요즘 인터넷으로 개사진을 너무 많이 보아서 그런가 봐. 얼마 전 MBC에서 우리 집에 와 촬영할 때도, 쉬는 시간을 못 참고 짬만 나면 인터넷 앞에서 센이 닮은 황구 사진을 보느라,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단다. 너는 참 무는 것도 좋아했지. 나중에는 네가 무는 힘이 얼마나 세졌는지, 우리 아빠에게 반갑다고 달려드는 바람에, 아빠 잠옷 바지에 빵구가 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사실 형아는 센이가 잘 자라는 것 같아서 흐뭇하게 생각했지. 삼촌께서도 아직 어린 강아지라 심하게 혼낼 필요는 없고, 주인을 장난으로 물면 주인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어. 네가 장난을 치다가 내 손가락을 세게 깨물어서, 내가 "아이고, 아야~ 아야~!" 하며 비명을 지르는 척할 때도, 너의 당황해서 움찔거리는 표정을 보고 사실은 너무 예쁘게만 느껴졌단다. 넌 개중의 개, 용감하고 영특한 황구 아니니?

넌 사람에게 붙임성이 아주 좋은 개였어. 길가에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너를 예뻐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말이야. 어떤 사람은 네가 달려가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반갑다는 듯이 웃을 때, 인상을 찡그리고 욕을 퍼부으며 널 반갑지 않게 대하기도 했어!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형아는 이해가 안 갔단다. 형아는 너를 통하여 인간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잘 살아야 할 생명체임을 깨달았지. 하다못해 길거리의 말 못하는 풀과 곤충들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우쳤고!!

그런데 이기적인 어른들은 욕심에 눈이 뒤집혀, 생명이 있든 없든 간에 무조건 파헤치고 뒤집어엎고, 그게 뭐니? 오늘도 우리 동네 좁은 골목길엔 집을 허물고 공사를 하느라, 대형 크레인이 길을 막고 서 있단다. 건널목이 설치돼 있지 않은 차도엔, 오늘도 귀여운 초등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고 있지. 센이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내 마음속엔 너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북받쳐와, 잠시 비 오는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주루룩 흘린다.

형아는 언제나 너에게 같이 놀 개 친구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 평일에는 형아와 모든 가족이 나가 있는데, 센이 혼자 얼마나 심심했겠어? 그래서 말이야, 형아가 주말엔 센이 옆에 계속 붙어 있었던 거야. 귀찮았다면 미안해. 네가 우리 집에 온 다음 날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갈 생각을 하면 너무 즐거웠단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 우리 센이가 있을 테니까 말이야.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집에 가까워지면,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져서 우리 집 문이 보이면 '센이야, 형아 왔다!'라고 노래하듯 외쳤지!

그러면 문틈으로 너의 작은 발과 너의 작은 코가 벌름벌름하며 반가움으로 흥분하는 게 보이는 거야! 오, 그 기쁨! 그때마다 네가 있단 사실에 너무 기쁘고 하나님께 감사했단다. 너와 함께 있을 때면, 그 어떤 인간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의 고민과 비밀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고, 그때마다 마음이 편해졌단다. 힘든 일이 생기면, 너와 눈을 맞추고 못된 놈들, 나쁜 인간들! 하며 욕도 하고, 이러저러해서 요러 저러하다고 다 털어놓았다. 그러면 너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형, 힘내. 위로해줄게!" 하고 말하듯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지.

나는 우리 센이에게 크나큰 위로를 받고 "센이야, 이 형, 죽지 않았다! 다시 힘내서 잘해볼 게!" 하고 음하하~ 웃었는데... 지금 형아에게 가장 힘든 것은 센이가 형아 옆에 없다는 거야. 그래서 형아는 매일 밤마다 센이를 닮은 황구 형제들 사진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보고 있단다. 가끔 꼭 널 닮은 강아지가 나오면 화면을 쓰다듬듯 만져보고, 저절로 미소 짓다가 눈물도 흘리지. 센이야, 이런 그리움의 날들을 어떻게 하니? 오늘은 형아가 넋두리가 심해졌구나. 미안~ 센이야, 밥을 잘 먹어야 해! 챙겨주는 사람 없다고 거르지 말고, 또 너무 물어도 안돼요, 형아는 많이 봐주었지만, 천사들은 네가 물면 싫어할 거야. 센이야, 잘 자렴! 하늘나라에선 비가 오지 않을 테니 따뜻한 솜구름 이불 덮고 곤히 자려무나!

하늘로 간 친구에게 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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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센이는 따뜻한 솜구름 이불을 덮고 잘 잘거예요.
    진돗개 쎈이를 사랑하는 상우의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게
    글에 다 나타나서 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때론 개가 사람보다 더 의리가 있어요.
    이젠 쎈이는 잊고 .....쎈이도 상우형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 가길 바랄거예요.
    긍정적이고 씩씩한 상우로 돌아 갔으면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모과님, 안녕하세요?
      주말 내내 저는 스마트폰 갤럭시S2의 체험기를 쓰려고, 스마트폰 연구에 몰두했어요.
      제가 쓰고 있는 임대폰과 스마트폰의 기능은 하늘과 땅 차이네요.^^
      조만간에 블로그에도 포스팅할 것이예요.
      모과님, 너무 걱정해주시니까 쑥스럽고 죄송합니다.
      씩씩한 상우로 돌아갈게요!^^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와! 바로 베스트가 됐어요.
    학교 폭력에 대해서 글로 써보세요.
    왜 문제인지 ,어떤 방법으로 괴롭히는지 ,
    다 가명으로 ... 외삼촌과 의논을 해보면 좋겠어요.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 해결될 거예요.
    살다보면 별일을 다 겪는데 상우가 처음으로 겪는 별일이
    사회문제라서 그착한 마음과 상처받을 까봐 나는 걱정이 많아요.
    너무깊이 생각말고 어른들과 그때그때 대화로 하세요.
    부모님은 경험이 많으시니까
    그리고 상우를 제일 사랑하시니까 함께 고민을 해결해 가야합니다.
    꼭 이예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감사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여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aldwl0707.blog.me/ BlogIcon 밍구

    아 너무 슬프고 가슴아프네요..
    씩씩한 상우가 되면 좋겠네요^^
    다음생엔 정말 친구로 평생우정을 함께하길
    기도하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가슴이 찡 하네요..
    좀 다르긴 하지만 읽으면서
    두 달 전에 하늘나라로 간 직장 동료를 떠올렸습니다.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여강여호님, 동료를 잃는 아픔을 겪으셨군요.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저도 위로의 말씀을 드릴게요.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5. 아저씨

    상우님의 마음은 '따뜻한 솜구름 이불' 같구료...

    우리 힘 내자구요! :-)

  6. 지아

    상우님...감동받고 있습니다...눈물도 찔끔

  7. 알렉스

    이 글을 나중에 읽게 되었는데(이미 올라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방송에서도 잠깐 언급했었고, 가슴아픈 얘기라 말을 삼갔습니다. 제가 한 2년전에 막내조카딸이 우리집에 일년가까이 산적이 있었습니다. 태어난지 한 일주일만에 엄마곁을 떠나 할머니집으로 왔지요. 엄마가 아파서요. 그렇게 일년가까이 할머니와 삼촌이 손녀딸을 키웠습니다. 대소변도 가리게 하고, 말도 배우고 걸음마도 하고 해서 할머니가 장에 가면 같이 갔다가 돌아와서 삼촌이 왔느냐! 하면 환하게 까르르르 웃던게 기억납니다. 그러다가 돌이 지난후 재작년 추석때 엄마품으로 돌아갔지요. 그때 당연히 돌려보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바보같죠? 할머니는 며칠을 몸져누웠습니다. 얼마든지 형네집에 가면 손녀를 볼수 있지만 같이 있었던 시간이 너무 소중했었고 이제는 엄마곁에 있어야 하니까요. 할머니딸도 삼촌딸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썼던 시가 있습니다. 이별이란 시를 썼었어요. 제 컴퓨터하드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그시를 보면 그때 감정이 떠오릅니다. 텅빈 집안에 조카애가 남기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조카애는 어린집에 다니고 왕래도 자주합니다. 요즘도 할머니집에 자주 오고 싶어해요. 저도 세조카중에 막내가 젤 이쁩니다. 제가 키운 조카라 그런가봐요. 기른정이랄까? 이별은 참 아픈데 인생에서 이별이 없을 순 없잔아요. 회자정리라 하는데 만나면 헤어지는게 당연하니까 모였다가 흩어지는게 자연의 이치이지요. 그속에서 우리는 괴로워하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거역할수없는 이치임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죠. 저의 부모님도 언젠가는 돌아가실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조카딸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도 다 죽을 거고, 나도 죽을거고. 생과사는 인간이 어찌할수 없는 신의 법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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