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시원하다! 센이야!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1/06/06 08:56
<아이고, 시원하다! 센이야!>
2011.06.05 일요일

오늘은 우리 센이가 우리 집에 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5월 5일 어린이날 우리 집에 온 센이는 한 달 동안 3번밖에 씻지 않았다. 사실 센이는 집이 아닌 마당에서 키우기 때문에, 다른 집 개들보다 더 빨리 더러워지고, 예방 접종을 하고 난 뒤엔 우리 가족들 모두가 바빠서 제대로 씻기지를 못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센이가 싼 똥 때문인지 마당에 자꾸 파리가 꼬이는 것 같다. 센이를 씻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새끼인데도 진돗개이기 때문에 힘이 세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서 웬만큼 다 큰 개만 하다. 씻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마구 저항하고 물을 튀겨서, 온몸에 센이의 몸에서 나온 구정물로 범벅될 각오를 해야 한다.

나와 영우만으로 센이를 씻기기에는 너무 버거워서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지만, 오늘은 모처럼 주말이라 삼촌께서 일찍 오셔서 센이를 같이 씻기기로 했다. 먼저 나와 영우가 센이를 유인해서 화장실로 데리고 간 다음 잽싸게 입구를 막았다. 삼촌이 억센 근육질 손으로 '깨갱, 꺠앵!' 하는 센이의 목을 붙들고 샤워기로 물을 뿌려주시며, "아이고, 시원하다! 아이고, 시원해! 센이야, 시원타!" 하며 한 손으로 센이의 몸을 물과 함께 슥슥 비벼, 센이를 달래면서 닦아주셨다.

삼촌이 이렇게 말하니 신기하게도 센이는 더 깨갱거리지 않고, 내가 센이 얼굴에 손을 내밀자 언제나처럼 혀로 손을 '스루릅~ 스루릅~' 핥아주었다. 더 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센이의 몸이 마구 떨리며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센이의 귀에 작은 소리로 "센이야, 괜찮아, 이거 센이, 깨끗해지려고 하는 거야. 형아는 이거 매일 하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면, 센이, 다시 털 보송보송 할 거야? 알았지? 우리 센이 세상에서 제일 말 잘 듣고, 제일 착하고 주인 말도 잘 듣지?"라고 해주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 센이는 또 나의 볼을 슬끕슬끕~ 핥아주었다. 이렇게 말해주는 이유는 얼마 전에 센이를 바라볼 때 '얘는 내 말을 알아들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내가 센이에게 화내고 안 좋은 말을 하면 얘도 기분이 안 좋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동생이 하나 더 생겼고, 어린 아기라는 상상을 하며 센이를 다룬다. 이제 물을 끄고 핑크빛이 감도는 개 전용 샴푸로 삼촌이 센이 몸에 거품을 내주신다. 털이 복실복실 풍성하고 황갈색으로 멋있었는데, 물칠을 하고 거품을 내니 거품도 잘 나지 않았다.

몸에는 검은빛만 감돌며 털이 늘러붙어서인지 몸집도 초라해져 보였다. 이제 이 정도 되자 센이는 막 도망치려고 하였지만, 내가 나가는 문을 딱 막아서서 센이를 잡아 "센이야, 조금만 참아, 거의 다 됐어!" 해주며 다시 삼촌 쪽으로 밀어 넣었다. 삼촌은 센이의 발가락 사이사이 거품을 내주고 턱도 거품을 내주었다. 귀에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얼굴은 씻기지 않아서 겁에 질리고 처량해 보이는 센이의 표정이 보여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거품 내는 것을 마치고 삼촌은 다시 샤워기를 틀어서 센이의 몸을 헹구어 주었다.

마지막 한 털까지 다 헹구고 난 뒤, 삼촌은 센이를 놔주었고, 센이는 도망쳐서 화장실 한구석으로 들어가 마구 몸을 털었다. 꼭 동물농장이나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개가 몸 터는 모습을 직접 보니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센이는 우선 머리부터 가볍게 흔들더니 곧 격렬하게, 그리고 꼬리 끝까지 마구 좌우로 비틀며 흔들었다. 그러자 물방울이 사방으로 마구 튀기며 센이 주위는 곧 물로 흥건하여졌다. 물바다가 된 화장실 한구석에서 센이를 빼내어, 아직 남아 있는 물기를 드라이로 '퓌퓌, 푸퓌' 바람을 맞혀주었다.

센이가 기분이 좋은지 "꺄릉~!" 하고 울었다. 삼촌은 마지막으로 수건을 꺼내와 마지막 남은 물기를 보송보송 닦아주었는데, 센이의 몸에서 나온 물이 수건에 묻어서 노란 수건이 좀 얼룩덜룩해졌다. 그리고 오늘 삼촌이 센이를 씻기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인데, 혹시 삼촌은 센이를 자식같이 생각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에다 잘생기시고, 몸은 근육질에 성격도 좋으신데 왜 여자 친구 하나 없으실까? 의문이 들지만, 하루빨리 센이가 아닌 진짜 자식을 씻겨줄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이고, 시원하다! 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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