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3호의 갈매기

2011. 3. 28. 09:00일기

<보성 3호의 갈매기>
2011.03.26 토요일

위이이잉~ 취이이이이~! 갑자기 일정하게 웅웅대던 엔진 소리가 몰라보게 커지고, 배가 한번 흔들렸다. 꾸웅~! 소리가 들리면서, 땅과 배를 연결하던 다리가 올라가고, 보성 3호는 바다를 향해 힘차게 출발하였다!

우리는 지금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가는 바다 한가운데,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가르는 보성 3호에 타고 있다. 아직 날이 덜 풀리고 바다라서 바람은 매섭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본 바다가 반갑고 정겨울 뿐이었다! 반가운 것이 또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뾰쪽한 콧날, 부드럽고 하얀 피부, 길게 뻗은 팔다리로 힘차게 나는 갈매기이다! 갈매기들은 꼭 술래잡기를 하듯이, 보성 3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승객들에게 새우깡을 얻어먹었다. 나와 영우도 갈매기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몰려가, 새우깡을 친절히 던져주기에 바빴다.

그런데 갈매기들은 자기들만의 규칙을 정해서 놀이하듯이 먹는 것 같았다. 갈매기들은 배의 뒤편에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바짝 따라다니며, 둥근 원을 그리면서 새우깡을 받아먹었다. 갈매기들은 두 종류로 나누어져서 새우깡을 받아먹었다. 한쪽은 배와 비슷하거나 더 높이 날면서 사람들이 던져준 새우깡을 받아먹었고, 한쪽은 배 아래로 낮게 날면서 바다 위에 사람들이 떨어뜨린 새우깡을 주워 먹었다.

나의 눈에는 높이 날면서 사람들이 던지는 것을 직접 받아먹는 갈매기들이 훨씬 멋있고 용감해 보였다. 높이 나는 갈매기들의 눈에는 직접 새우를 사냥하는 것 같은 광채가 번뜩이고,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가로지르며 새우깡을 주는 족족, 착착~ 받아먹는 모습이 그렇게 위풍당당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한가한 공원 길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비둘기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

반면에 고개를 숙이면, 바다 위에 떨어지는 새우깡을 주워 먹는 갈매기들이 보인다. 아래쪽 갈매기들은 새우깡을 먹으려고 아등바등 난리다. 한 마리가 새우깡을 발견하고 잽싸게 달려들면, 그것을 다른 놈이 와서 물어 채가고! 바닷물에 젖은 새우깡 하나를 먹으려고 여러 마리가 투닥투닥 다툰다. 나는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을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해서 더 난간에 몸을 바짝 붙였다.

그러나 배가 달리고 거센 바닷바람이 줄기차게 불어와 나도 걸음을 떠듬떠듬 걸어야 했는데, 저 갈매기는 작은 날개를 활짝 펴고 용감하게 바람을 맞으며 오로지 새우깡을 향해 날고 있다. 억센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매미채로도 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겁도 없이, 갈매기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세를 뽐내며 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은색 물보라를 따라왔다.

한번 새우깡을 던지면, 딱딱 날카로운 부리로 낚아채는 갈매기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정말 이 낡고 허름한 배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목적지인 영종도의 선착장이 눈에 들어오고, 갈매기들도 이제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선착장에 내리는 줄에 서서 제일 먼저 땅 위에 발을 내디뎠다. 아! 땅을 밟는 기분이 이렇게 좋구나! 나는 요즘 피곤하여 잠자리에서 아무 꿈도 꾸지 않지만, 오늘 밤은 왠지 하얀 갈매기가 내 눈앞에서 빛나는 꿈을 꿀 것만 같다!

보성 3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