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유증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1/02/21 10:05
<졸업 후유증>
2011.02.20 일요일

나는 이틀 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중학교에 가는 첫날 깜빡하고 초등학교에 다시 가버릴 것 같다. 나는 마음이 복잡하다. 졸업장을 물끄러미 펼쳐보다가 엄마가 나타나시면, "내가 드디어 초등학교 학력을 따냈어! 처음 얻은 초졸이라구!" 하며 만세를 부른다.

엄마가 "원, 싱겁기는~!" 하고 사라지시면, 졸업 사진을 넘겨보며 찔끔찔끔 눈물을 훔친다. 초등학교 다닌 지가 벌써 6년이나 되었다니! 이제 햇수로 14살인 내 인생에서, 6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커다랗게 느껴지는지, 같은 또래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졸업식 날은 아주 애를 먹었다. 졸업식 전날 덜컥 장염에 걸려 졸업파티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헤롱헤롱 죽을 토하고 졸업식에 과연 참석할 수 있을지 위태위태한 상태였다. '하나님! 얼마나 기억에 남는 졸업식을 만드시려고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기도하며, 밤새 아픈 배를 붙잡고 졸업식 날을 맞았다. 학교에는 지하철을 타고 멀리 가야 하는데, 지금의 몸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해서 아빠, 엄마, 영우, 할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가야 했다.

몸이 아프고 집이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졸업식인데 늦으면 어떡하나? 마음이 초조하고 또 선생님께 미안했다. 차를 타고 가는 1초 1초가 '혹시라도 차가 막히면 어쩌지?' 내내 불안하고, 복통에 시달리고 오랜만에 차를 타는 어지러움까지 겹쳐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는 일념으로 심호흡을 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졸업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장염 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이끌고 낑낑 학교의 높은 언덕을 올라갔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학교 언덕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언젠가 꼭 다시 이 길을 오르리라! 마음먹으며 슬픈 마음을 억누르고 올라갔다.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 4층 복도부터는, 어마어마한 학부모가 모여 뚫고 가는 데에 굉장히 애를 먹었다.

겨우겨우 강당 안으로 들어가 우리 반이 앉아 있는 왼쪽 앞줄로 가니, 선생님께서 안도하듯 한숨을 쉬시며, "오, 상우야 왔구나! 저쪽에 형빈이 옆에 앉으렴!" 하셨다. 아이들은 "어, 상우네!", "상우, 왔구나?" 하며 나를 반겨주었다. 다행히 졸업식에 10분 정도 남기고 도착하여, 나는 자리에 앉아서 여유롭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하는 시시한 이야기였지만, 문득 오늘이 지나면 이 아이들과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목이 메었다.

강당 안은 아이들과 학부모가 뒤섞여내는 소리로 귀가 먹먹했고, 방공호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떠드는 것 같았다. 문득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그때는 엄청나게 눈이 와서 '내가 학교에 입학하는 걸 축하해주려고 이렇게 흰 눈이 오는구나!' 생각하며 신나게 학교에 갔었는데... 벌써 10시 30분이 되고, "네, 이제 제 6회 졸업식에 앞서 졸업식 영상과 선생님, 후배 인터뷰 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는 5반 선생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처음에는 졸업 영상에 나오는 웃긴 사진을 보며 친구들과 낄낄거렸지만, 마지막에 그동안 우리가 함께 생활했던 교실, 복도, 운동장의 사진이 나오자 갑자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나는 눈물을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바로 눈 주위를 소매로 훔쳤다. 그 뒤로 학생들의 공연이 있었지만, 남자아이들이 인간 탑 쌓는 묘기 말고는, 졸업하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서 공연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난타 공연도 있었다. 베토벤의 현대판 비창에 맞춰서 선생님들께서는 북작북작! 신나게도 북을 치셨다. 그때 우리 반 선생님께서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이런 거 하기 꺼리는 편이신데, 오늘은 그 틈에 껴서 신나게 북을 북작북작 치고 계셨다. 선생님은 졸업식 하기 전부터 명랑한 척, 웃음도 크게 웃으시려 하였고, 동작도 과장되게 하셨다. 그러나 나는 안다. 선생님은 애써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신 것을!

선생님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코끝이 신 음식을 먹을 때처럼 시큼했다. 그렇게 졸업식은 마무리되어가고 마지막 순서로 교가를 불렀다. 그때 아이들 사이에서 "얘들아! 어쩌면 이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부르게 될 초등학교 교가가 될지 몰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사도 이상하고 유치해서, 평소에 싫어하던 노래 중 대표적인 것이 교가지만, 마지막으로 부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미어졌다.

교실로 돌아와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졸업장과 앨범을 나누어 주면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슬픔을 감추려 애쓰셨지만, 끝끝내 못 참고 어린애처럼 하염없이 우셨다. 간간이 "울지마! 울지마!" 하는 소리가 질서 있게 나오고, 아이들도 몇몇 흐느껴 울었다. 나는 눈물을 참으려고 얼굴이 벌개져서, 웃는 게 웃는 얼굴이 아닌 얼굴로 선생님께 졸업장을 받았다. 이제 여기서 이 교실과 학교, 선생님을 떠나면 얼마나 지나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안녕, 학교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니? 모자란 나를 이끌어주고 키워줘서 그 품에 감사했어! 누가 뭐래도 넌 최고의 학교야! 넌, 넌~!


상우일기 - Sangwoo Diary
http://blog.sangwoodiary.com/trackback/689 관련글 쓰기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1009_alisha BlogIcon Alisha

    와~ 졸업 너무 축하해요~^^
    그리고 상우군 생각보다 키가 무척 크네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Alisha님, 오랜만이예요!
      감사합니다. 6학년 들어 키가 부쩍 크더라구요.
      우리반엔 저보다 더 큰 아이들도 있어요.^^

  2. Favicon of http://s-photostory.tistory.com BlogIcon S마이스토리

    잘보고갑니다..졸업 축하해요~~!!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아 ! 아까는 댓글란이 없었는데 방금생겼네요.^^

  4. 축하

    왼쪽이 학생 분이시죠?? ㅋㅋㅋ
    졸업 츅허 드려요 오른쪽에 서 계신
    남자선생님 참동안이시네

  5. Favicon of http://pporoo.khan.kr/ BlogIcon 윤미화

    상우군 졸업 축하해요! 정말 키도 크고 눈동자가 또랑또랑해요.
    지금은 장염 다 나았겠지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감사합니다, 윤미화님!
      눈동자가 또랑또랑하다니 다시 한번 눈을 또랑또랑하게 떠 봅니다.^^
      장염 지금은 다 나았답니다!

  6. Favicon of http://puwazaza.com BlogIcon 뿌와쨔쨔

    상우형!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혹시 우리가 먹었던 돈까스가 장염의 원인은 아니었을까 하고 읽는 내내 불안했어요 ㅠㅠ 만약에 그랬던 거라면 제가 정말 미안하네요. 졸업 축하드리고, 이제 소년에서 청소년이 되어 펼쳐지는 상우형의 일기도 기대할게요. 즐거운 2월의 마지막 주 따뜻하게 보내시구요, 재충전 잘 하시구요! 다음에 또 올께요~! (상우일기가 이제 사진일기가 되는건가요? 이번 일기는 느낌이 새로워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에구, 그러셨군요, 뿌와쨔쨔님!
      병원에서 바이러스성 장염이라 음식물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저도 병원에 가기 전에 뿌와쨔쨔님도 같은 증세가 있지 않을까 무지 걱정했어요.^^
      지금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큰맘 먹고 사진을 올려봤는데, 너무 넙더덕하게 나왔네요.^^

  7. 유리

    읽으면서 제마음도 뭉클해지네요...
    마지막이라는건 참 슬프지만
    또다른 시작을 할수 있는 기회잖아요.
    나중에 멋진모습으로 만날수 있는...^^

    앞으로의 중학교생활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유리님, 감사합니다.
      유리님 댓글을 보니 다시 제마음도 뭉클해져요.
      선생님, 친구들, 교실, 운동장, 학교 가는 언덕, 어떻게 잊을까요?
      그러나 저는 초등학교에서의 소중한 추억이 인생에 도움을 줄거라는 걸 믿어요. 중학교 생활도 기대되고요.

  8. 저두...

    저두 요즘 졸업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ㅠㅠㅠ
    저는 졸업식날 펑펑울어서 눈이 팅팅부었는데....
    아... 다시 졸업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선생님도 친구들도 생각나고...
    저도 그맘 압니다!!
    어째튼 앞으로 더 좋은일만생기길 바랄꼐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안녕하세요? 저두님!
      전 이제 졸업 후유증 극복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도 제가 멋진 중학교 생활하길 바랄테니까요.
      저두님도 힘차게 중학교 생활 시작하세요, 화이팅!^^

  9. Favicon of http://blog.daum.net/uphyun BlogIcon 가제트

    상우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군요.
    졸업과 입학을 축하해요.
    졸업 후유증도 잘 이겨낼 것으로 믿구요.
    모과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상우군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네요.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상우군의 블로그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안녕하세요? 가제트님!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모과님께도 감사드려요.^^
      저는 이제 졸업 후유증과 휴식기를 거쳐 중학교 첫날부터는 멋지게 비상할 것입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10. 젊은그들

    처음으로 상우일기 블로그에 방문했습니다.
    저는 지금 세살박이 아들을 둔 엄마이지만, 상우군의 졸업날 일기를 읽으니
    그 옛날 초등학교 졸업식날이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덕분에 옛생각 했네요. ^^
    앞으로 상우일기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게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졸업 축하해요.
    더 많은 새로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젊은그들님, 제 중학교 생활을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중학교라는 무대에서 펼치게 될 새로운 일들을, 멋지게 기록하겠습니다!^^

  11. 김선미

    이번에 울 아들도 중학교에 입학했어요.
    음... 울 아들도 초등하교를 졸업하면서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아들을 너무 어린 아이로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조금 미안해지네요.
    중학생은 또 중학생의 어려움이 있고 고민이 있겠지요?
    중학교 입학을 축하드려요.
    어제 입학식에 가보고 나두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울 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김선미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드님의 중학교 입학도 축하드려요!^^
      처음엔 초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이 보고싶어서 슬퍼지더라구요.
      아드님도 그럴테니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세요! 분명히 학교생활 잘 할거예요!

  12. 카랑카랑 샘

    샘에게도 초상권이 있어요^^
    하지만 좋은 이야기에 샘 사진 올려줘서 참을께^^

submit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 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