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8 화요일
설 연휴를 보내고 어제 개학을 하였다. 학교로 갈 땐 바빠서 시간이 훌떡~ 지나갔다. 방학은 길었지만, 학교는 불과 몇 시간 있다 돌아와 앉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이 그랬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어제 본 것처럼 낯익었고, 방학이라는 시간이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실감 났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방송에서 낭랑하게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 예전처럼 마음이 쿵쾅쿵쾅 설레기 시작했다. "덜커덩~ 덜컹!" 이 거대한 쇳덩어리가 움직일 때마다 내 몸도 마구 덜컹거린다. 살짝 덜컹거리고 어지럽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그 이름 지하철! 나는 지하철을 6개월간 타면서, 떠나는 것과 돌아가는 길에 대한 설렘을 함께 배웠다. 아침에 이동하면서 지하철 창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오늘도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격스러워했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에 신나서 설렜던 이 지하철 생활은, 이제 졸업을 하면 끝이 나는 구나!
그런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작은 것까지 자세히 보였다. 그저 평범히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읽을 책을 빠트리고 왔을 땐,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된다. 바로 내 앞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아저씨! 아저씨는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저씨의 손을 주의 깊게 보면, 까딱까딱 움직이고 있다. 그냥 손가락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저씨는 지금 손가락을 바꿔가며 박자를 맞추고 있다. 지하철 덜컹거리는 소리에 맞춰서 이 아저씨의 손가락과 손놀림도 약간씩 달라진다. 손가락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저씨의 다리도 움직이며 쿵닥쿵닥~ 박자를 맞추고 계신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따라 하며, 손가락과 다리로 쿵짝쿵짝~ 흥겨운 음악이 나온다 상상하며 리듬을 타고 있다. 그러자 지하철 문의 한쪽 벽에 붙어 있던 전단지도 바람에 살랑살랑 몸을 흔든다. 아저씨 옆에 앉은 어떤 누나는 커피를 후루루룩~ 빨다가 주위를 흘끗흘끗 살피더니, 빈 종이컵을 지하철 바닥에 살짝 내려놓는다. 누나가 먹고 버린 테이크 아웃 커피도 덜컹거림에 달가닥 달가닥~ 흔들리며 박자를 맞춘다.
옆자리 양복 입고 멋진 가방을 들고 있는 아저씨도 지하철이 흔들림에 따라 같이 머리를 흔든다. 왼쪽으로 흔들! 오른쪽으로 흔들! 나는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다. 어쩌면 내가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서, 내 친구 지하철이 기념 선물을 준 것이 아닐까? 음~ 여러분도 언젠가 지하철을 탈 기회가 있으면, 자세히 보시기를! 지하철 여행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만 말고 주위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어쩌면 깜짝 놀랄 만한 풍경이 나를 기다릴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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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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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어쩜..지하철흔들림을 아주 재밌게 잘 표현했네요.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흔들흔들..ㅋㅋ
그동안 학교가는길이 멀고 험난했어도 많이 아쉽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구요,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할께요~-
상우
유리님, 제 일기를 읽어주시고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중학교 생활을 잘할수 있을지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되지만, 글만큼은 늘 그렇듯이 편안하고 즐겁게 쓰겠습니다.
유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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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사람의 몸을 악기로 보면
썩 괜찮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느낄 수도 있겠는걸요.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엿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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