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서 잠들기는 어려워!

2010. 12. 4. 09:00일기

<친구 집에서 잠들기는 어려워!>
2010.12.03 금요일

어제 난 처음으로 외박하였다.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우리 반 지호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안된다고 그러셨고 아빠는 된다고 그러셨다.

내가 지호네 집에서 잔다고 하니까 은철이도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서, 우리는 셋이 같이 자게 되어 뛸 듯이 기뻤다. 지호와 은철이는 학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산다.

지호네 집에서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토이 스토리 3> 영화를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지호집의 수많은 카드를 모아서 카드 게임을 하고, 지호네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저녁을 먹는 시간은 꼭 빠르게 흐르는 강물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어느새 창밖이 진한 블랙커피 색깔처럼 어두워지고, 우리는 마루에 깔린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모두 졸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지호집에서 자는 거라서 아쉬웠는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누워도 눈은 멀뚱멀뚱하고, 하품은 나오는데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지호와 은철이도 그랬는지 들썩들썩 몸을 움직였다. 지호는 소파 위에 올라가 이리로 누웠다가 저리로 누웠다가, 마치 공기 풍선 인형처럼 한시도 몸을 가만있지 못하고 들썩였다. 은철이는 마루에 대자로 누워 마루를 다 차지하고, 나는 따뜻한 방구석을 찾아 곰처럼 웅크려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말을 시작한 건 은철이었다. "얘들아~ 우리 심심하다. 안 그래?" 그때가 11시쯤이었다. 우리는 dvd <스타트랙>을 켜놓고서 모두 일어나 마음대로 놀았다. 나는 지호의 군인 로봇의 관절을 돌리며 수다를 떨었다. 은철이는 자기의 옛날 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친구는 정말로 혼자서 잘 노는 친구인데, 언제는 혼자서 같은 이야기를 고장 난 레코드 판처럼 1시간이나 반복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지하철에서 다리를 절며 구걸을 하는 시각장애인에게 동전을 주었는데, 종착역에서 그 사람은 선글라스를 벗고 돈을 세며 똑바로 걷는 것을 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방귀를 붕~ 뀌어 아이들은 자지러질 듯이 웃으면서 "상우야, 냄새가 좀...!" 하였다. "상우야?", "응, 왜?", "우리 진실게임 할래?", "응, 그래!" 진실게임은 평소에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는 게임이다. 사실 좋아하는 아이 말하기로 통하지만!

그때 은철이가 핸드폰 게임을 하며 "난 지호가 좋아하는 아이 안다!" 하고 말했고, 지호는 "아~ 은철! 그러지마!" 하였다. 지호는 "네가 먼저 좋아하는 아이를 말해! 그러면 나도 말할 게!" 했고, 나는 "알았어, 진짜 그래야 돼! 내가 좋아하는 아이는...!!" 여기서부터는 나와 지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니 쓰지 않겠다. 은철이는 핸드폰 게임을 하고, 나는 이부자리가 좁아 따뜻한 바닥에 누워서 몇 번 씩 "지호야~!" 이유 없이 지호를 부르고, 지호는 "왜애~?"하고 뒤척이며 1시간 이상을 보내었다.

그러다 문득 전학 간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시가 넘어서 기대는 하지 않았건만, 갑자기 민재가 받는 것이었다. 민재는 시험공부 중이어서, 우리는 간단히 인사와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월드컵 개최지를 보겠다고 밀려오는 잠을 참았지만, 은철이는 "잘 자!" 이 한마디를 남기고 꿈나라행 비행기에 먼저 탑승했다. 그다음엔 지호가 쓰러져서 꿈나라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나는 끝까지 보려고 버텼지만, 자꾸만 눈이 감기고 퉁퉁 부었다. 결국, 나는 그대로 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잠들기 직전 엄마, 아빠 얼굴이 아롱아롱 떠올랐는데, 꿈속에서 닭똥처럼 눈물이 똑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친구 집에서 잠들기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