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평화 시민참여 촛불문화제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0/10/08 09:00
<생명, 평화 시민참여 촛불문화제>
2010.10.06 수요일

오늘 우리 가족은, 저녁에 내가 경복궁역에 도착하자마자 덕수궁을 찾았다.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존경하는 목사님께서도 4대강 사업을 막으려고 2박 3일 노숙을 하면서 단식 농성을 하고 계시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촛불 문화제도 참여하고 목사님도 뵐 겸 찾아갔다.

목사님은 단식하셔서 힘이 없을 줄로 알았는데, 표정이 인자하고 파릇파릇하셨다. 마치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면 기념으로 농부 아저씨가 나누어주는 상추 모종처럼! "목사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인사를 드렸더니, 목사님은 내 어깨를 툭 치시며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무슨 대학생인 줄 알았다얘~!" 하며 천진하게 웃으셨다.

우리는 멋쟁이 젊은 아저씨, 아줌마와 어린 동생이 나누어주는 촛불을 들었다. 무대 트럭 앞에는 문화제를 보기 위해 장판이 깔려져 있었다. 어느새 앞자리에는 사람들이 차서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처음에 <4대강을 막기 위한 4 종교 성직자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심각하고 딱딱한 분위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목사님의 연설이 끝나고서, 사회자는 외쳤다.

생명, 평화 시민참여


"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네요. 이제부터 정말 즐겁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묻혀갔던 그룹인데요, 정말 왜 사라진 지 모르겠네요! 여러분! 박수로 맞아주세요! 노래를 찾는 사라암드을~!" 그와 함께 무대 위로 평범한 아저씨들, 아줌마들이 올라와 신이 나게 노래를 불렀다. 나도 언젠가 들어본 <사계> 였다. 사람들은 차분한 노래를 들으면, 촛불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조용히 흔들었고, 신이 나는 노래가 나오면 짝,짝,짝,짝 맞추어 손뼉 쳤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한 아저씨께서 몇 곡의 노래를 마치고, "네, 정말 오래된 노래였죠. 이번에는 <광야에서>를 부르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크게 박수쳐 주세요! 옆에 계시는 경찰분들도 따라 목이 터져라 불러 주시고요!" 하니까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조금 놀랐다. 문화제는 시종일관 웃음이 흐르고, 도로 쪽에 삥 둘러선 경찰들에게도 농담하며, 상당히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는 또 하나의 팀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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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팀은 연극인으로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4대강 정책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지나가던 외국인이 보면 즉석 콘서트로 생각할 만큼 웃겼고, 내용을 못 알아듣는다면, 4대강과는 거리가 먼 예능 프로그램 녹화 현장이라고 착각할 것 같았다. 그 팀은 몇 사람으로 구성되어서 계속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였다. 처음에는 뽀글 머리를 하고, 반짝이 턱시도를 입은 턱시도 브라더스가 노래와 춤을 추며 4대강 사업을 즐겁게 풍자하였고, 다음에는 아주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로 분장해 "잘헀군, 잘했어!"라는 민요에 가사를 바꾸어 구수하게 4대강 사업을 비꼬았다.

또 잽싸게 여고생 분장을 하고 유행 춤을 추며, 사회자는 노래 가사에 맞추어 독설을 하였다. 그다음에는 흑인 외국인 가수로 분장하고, 한국어가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통역이 필요없는 신기하게 굴러가는 발음으로 4대강 사업을 비판하였다. 이렇게 내용은 반대하는데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옛날에도 높은 양반들이 나쁜 행위를 하면 서민들의 판소리로 비꼬면서 즐겁게 웃고 놀았다는데, 사실 이것이 현대판 판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웃고 있는 사이, 내 머릿속 사전에는 '촛불 문화제는 슬프고 비탄스러운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재미있게 웃으며 참여할 수 있는 문화제이다!'라고 큰 활자로 박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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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상우가 판단하게 하는 부모님의 교육방법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꼭 훌륭한 의사 되세요.
    어느댓글에서 의사가 희망이라고 쓴 글을 봤습니다.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헤, 모과님, 댓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경험을 할수록 뭐든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수학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책도 더 열심히 읽고 싶습니다.^^

  2. seob

    이거랑 비슷한 글을 작년 지금쯤에 봤는데

  3. Favicon of http://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촛불의 힘이겠지요.
    활활 타오를 그 불길을 기원합니다....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앞산꼭지님, 반갑습니다!
      그렇군요, 촛불의 힘이군요.^^
      그 불길은 생명력있고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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