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강타한 지하철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0/09/03 09:00
<태풍이 강타한 지하철>
2010.09.02 목요일

오늘은 학교에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했다. 그 망할 태풍 곤파스 때문에! 오늘 아침은 뭔가 찌뿌드드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창밖을 언뜻 보니 날씨가 부스스한 게 안 좋았다.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23분!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으려고 했는데 늦은 시각이었다.

'오, 맙소사!' 나는 학교 갈 준비를 급하게 하고 대문을 열었다. 대문을 여는 순간, 꼭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문을 열어버린 것 같은 바람이 몰려왔다. 나는 무지막지한 바람과 싸우며 밖으로 돌진했다. 어제 뉴스에서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거쳐 간다는 기사를 본 것이 떠올랐다.

지하철역 가는 길에, 나는 바람에 튕겨 나가는 듯한 비를 얼굴에 맞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바람에 우산이 날아갔다가 겨우 잡고, 뒤집어지고 심지어 우산살을 고정하는 쇠도 두 가닥 끊어졌다. 가로수 큰 나무들의 가지도 툭툭 떨어져 나갔다. 지하철역에 들어서자, 나는 한숨 돌리며 '휴우~ 이제 좀 살겠네!' 생각했다. 그렇게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 역까지 왔다.

하지만, 1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1호선에서는 이런 방송이 들려왔다. "승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지금 태풍의 영향으로 지하철 운행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얼마 동안 청량리역까지만 운행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며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곧 그러자 방송에서는 소요산 방면으로 가려면, 1호선을 타고 동대문까지 가서, 4호선을 타고 창동에서 다시 1호선을 타면 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서 바삐 걸었다.

동대문까지는 그럭저럭 갈만했다. 하지만, 4호선이 문제였다. 1호선의 마비 탓에 사람이 엄청 몰려버린 것이다! 지하철은 정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만약에 누가 살짝 친다면 바로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지하철 출입구 문 한구석에 간신히 붙었으나, 미어터진 사람들에게 눌려 몸 전체가 터질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내 공기를 빼앗아 먹는 것 같은 고통! 나는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나왔다. '젠장 할! 여름에나 태풍이 올 것이지! 다 끝나가는 마당에 와 가지고!' 그렇게 겨우겨우 창동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창동에서 1호선을 갈아타려니 여기서도 중지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거의 돌아버릴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핸드폰을 깜박 집에 두고 나와서, 가족과 연락은 안 되고 괜한 고생을 하며 등교 시간을 날렸으니까!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일단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를 찾았다. 그러나 공중전화는 왜 이렇게 없는 건지! 역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를 찾아 아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돌아갈 작정으로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갈 열차를 기다렸다. 다시 4호선 열차를 탔는데, 거기도 지하철은 콩나물이었다.

게다가 키 큰 어른들 틈에 끼고만 나는, 몸이 그만 공중부양을 하는 것처럼 붕~ 뜨고 말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공중에 붕 떠있는 발을 마구 허우적거려서 다행히 땅으로 착지했다. 동대문역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만리장성처럼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내리려고 애를 쓰는데, 결국 그 벽을 뚫지 못했고, 지하철 문은 치익~ 닫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계속 문앞에 밀리는 사람들 때문에 종착역까지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몸을 껭기면서 "갑시다, 갑시다!"를 외치며 동대문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종로 3가로 돌아가서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종로 3가에 도착하니 1호선이 개통되어 있었다. 나는 역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우어어~!" 신음하였다. 나는 여기서 학교로 갈까? 집으로 갈까? 고민하는 것이 명예롭게 죽느냐? 불명예스럽게 사느냐? 하는 문제처럼 여겨졌다. 나는 순간 이상한 자부심이 끓어올랐다. '태풍 때문에 이런 경험을 하는 초등학생은 나밖에 없을 걸~!' 나는 주저 없이 학교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태풍이 강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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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주만 셋

    어제 태풍때문에 서울쪽은 큰 난리였죠!!여기 부산은 다행이 태풍이 비껴가서 큰 피해는 없었답니다. 그래도 사고없이 학교에 등교해서 다행이였네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부산은 큰 피해가 없다니 다행이네요.
      공주만 셋님은 부산에 사셨군요.
      앞으로 태풍이 한번 더 온다는데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겠어요.^^

  2. 개념선생

    이 핑계, 저 핑계로 학교 가길 피하는 학생도 있는데, 상우님은 '태풍을 뚫고' 등교하셨군요.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참 잘 했어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개념선생님, 감사합니다.
      일년에 한번쯤 이런 끔찍한 등교길을 겪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애요;;^^

  3. seob

    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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