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7 화요일
오늘은 하루가 정말 긴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몇 시간이 한 달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은 서울에서 양주까지 등교길을 연습하는 날이었다.
내가 굳이 멀리 서울로 이사 왔는데도 전학을 가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정이 든 학교를 떠나기가 싫고 앞으로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았는데, 전학을 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삼숭 초등학교에 다니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상우야~ 상우야~!" 꼭 구름 사이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눈을 살짝 뜨게 되었다. 창틈으로 레몬 빛깔의 태양빛이 스며들었다. 나는 "으, 으음~" 하며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이번에 소리가 다시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상우야, 일어나야지! 삼숭 초등학교에 가야지! 아침 햇살이 너를 부른다!" 하고 높고 랑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머리에 전원이 들어오듯이 정신이 팍 들었다. 눈꺼풀도 동시에 무대의 막이 올라가듯이 올라갔다. 이제 빛의 바탕이 되는 창문이 보이고, 시야가 점점 넓어지더니 완전히 눈이 떠졌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아직 색색거리며 자는 영우가 있었다. 그때, 문득 '맞아! 오늘은 지하철로 학교에 가는 연습을 하는 날이지!' 하는 생각이 났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한 바퀴를 돌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엄마가 이미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시계를 보았다. 6시 45분!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각이었지만, 그래도 넉넉한 시각이었다. 나는 얼른 아침을 먹고서 샤워를 하고, 책이 불룩한 가방을 멘 채, 조금씩 새어나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첫 목표인 경복궁역을 향해 당당하게 문을 열고 길을 나섰다. 처음에는 내가 경복궁역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어느새 나는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서 있었다. 경복궁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입을 쩍 벌린 괴물 같았다.
나는 숨을 가다듬고 본 트랩 대령의 저택으로 가는 마리아 수녀처럼, 나 자신을 격려하며 힘을 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시험을 볼때처럼 침착하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3호선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어느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할지 조금 헷갈렸지만,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더듬듯이 기억을 더듬어서 기억해냈다. 그렇게 탄 양재행 열차 안은, 꼭 벌을 기르는 사육통처럼 사람들이 꽉 차있어서 숨이 막히게 더웠다. 중심지인데다가 출근 시간이라서 예상은 했지만,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이 나는 두 정거장 뒤인 종로 3가 역에서 내렸기 때문에, 그 북새통에서 빠질 수 있었다. 이때 또 하나의 문제에 맞닥뜨린다. 종로 3가에서 내린 나는, 1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1호선 쪽으로 움직였다. 엄마, 아빠는 분명히 <소요산행> 열차를 타라고 하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요산행> 열차는 오지 않았다. 대신에 내가 내려야 할 역인 <양주행> 열차는 두 번이나 지나갔다. 결국, 3번째 양주행 열차가 온다는 방송을 듣고 아빠에게 전화하였다.
아빠는 "그럼 얼른 그 열차를 타렴!" 하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양주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양주 가는 지하철은 수도권에서 벗어나는 역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지하철이 지하를 벗어나는 순간 창문으로 터져 나오는 햇빛을 보았다. 그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햇빛이 내 속으로 스며들어 내가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기분이 좋은 날, 어느덧 내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렸다. 군인 형아, 수다쟁이 아줌마, 대머리여서 머리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아저씨, 등산복을 입은 노부부, MP3를 들으며 책을 읽는 형...
이렇게 많은 사람의 대화나 얼굴, 행동을 보면서, 나는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와는 다른 생기와 사는 맛을 느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양주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내가 옛날에 살던 곳에 도착했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하겠다. 비록 힘들지만, 오늘의 빛나는 아침 햇살이 빛나는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여러분 모두에게 그런 빛이 비치기를!
|
|
|
|
|
-
모과
지하철은 독서 하기 아주좋아요.
이른 아침이니까 노약자 석에 앉아서 [어린이니까]: 좌석이 없을 경우인데 새벽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별로 안 탑니다.
독서 하면 좋겠습니다.
우선 의자가 딱딱하고 지하철 안의 불빛이 밝아서 좋아요.
모과 할머니도 부산살 때 왕복 2시간 30분 통근을 했는데 그때 3일에 1권씩 독서를 했어요.
서점에 근무했었어요.
6개월간 중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책을 알아서 읽으면 좋겠어요.
미리 독후감도 몇개 써놓으면 나중에 유용할 겁니다.
6개월간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며 어른들이 새벽부터 얼마나 고생들을 하는지 보고 배우는 점이 많을 겁니다.
그게 진짜 공부거든요.^^-
상우
모과님,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지하철 타고 학교 가는 게 처음이라 긴장되고, 구경에 정신이 팔려서 책을 못읽었지만, 확실히 책읽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책을 읽으면 너무 몰입하는 편이라, 역을 놓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모과님 말씀처럼 어른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게 배우고 느낄점이 많았답니다.
앞으로 지하철에서 하는 진짜 공부, 마음이 설레입니다!
-
-
-
-
-
-
헤이
반가워요. 늘 글만 읽다가 처음 댓글달아요. 경복궁역이라는 반가운 이름때문에 ^^
<상우일기> 너무 잘 보고 있는데, 같은 동네에 살고 있네요.
왠지 동네 이미지도 잘 맞는듯. 난 이 동네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상의 기록과, 멋진 표현들을 보면,
스스로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구나 하며 많은 생각해요.
자주 안부전하고 지내요 반갑습니다. ^^-
상우
헤이님, 반가워요!
댓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같은 동네에 사신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지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멋진 동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나 이웃이니까 길을 가다 만나면, '헤이님인가?' 생각할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