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떠난 자전거 여행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0/07/09 09:00
<홧김에 떠난 자전거 여행>
2010.07.07 수요일

학교 끝나고 철민이와 지호, 경훈이와 민석이랑 함께 축구를 하다가, 잠시 집에 들러 물을 마셨다. 그런데 다시 축구장에 나가보니 친구들이 모두 뿔뿔이 사라져버렸다.

축구장 구석에 놓아두었던 내 축구공도 없어졌다. 게다가 내 핸드폰 안에 있는 유심 칩이 뽑혀 있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누가 유심 칩과 공을 가져갔을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부랴부랴, 5단지부터 4단지, 3단지, 2단지, 1단지에 이르는 광활한 영역을, 12번도 넘게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사막에서 지렁이를 찾는 것 같은 막막함에 숨이 막혔다. 나는 철민이가 그랬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가슴이 답답했다. 난 사실 철민이가 평소에 짓궂은 장난을 잘 치고, 선생님께 버릇없이 굴어서 못마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난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가 아는 애들을 만나면 무조건 잡고서 물어보았다. "너 혹시 내 핸드폰의 유심 칩을 가져간 사람을 보았니?", "아까전에 철민이 형아가 형아 핸드폰에서 무언가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어!" 나는 '그러면 그렇지! 철민이 네 이놈~!" 하며 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주변을 몇 바퀴 더 돌았다. 그래도 더 이상의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자, 순간 힘이 탁~ 빠지며 모든 것이 짜증스러웠다.

나는 철민이 집도 모르는데! 집에 가면 부모님께 '그러기에 진작 물건을 잘 챙겼어야지, 이 덜렁아!'하는 소리를 따갑게 들어야 할 것이고, 나는 자책감에 숨도 못 쉴 것이고, 그러다가 영우랑 아무것도 아닌 일로 또 다툴 것이고, 또 꾸중을 듣고, 철민이의 불쾌한 장난, 국가학력평가를 비롯한 모든 시험에 대한 압박감, 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두려움, 나는 또 블로그를 한다고 일기에 너무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와 그 모든 게 공허함으로 바뀌면서, 내가 사는 삶이 싫증 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는 힘껏 페달을 밟아 방지 턱과 자동차를 무시한 채, 전속력으로 달렸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 아파트 단지만으론 부족했다.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이 생활로부터 멀리멀리 벗어나고 싶었다. 조금 더 큰 세상! 나는 용기를 내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수많은 부동산을 지나 시골 도로를 따라, 산삼밭과 추어탕 매운탕 집을 지나, 들과 논을 따라 대장금 테마파크, 젖소 농장을 지나 어느 한 언덕이 보이는 곳에 정지했다. 그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언덕을 올랐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숲은 끝나고 길게 이어진 도로 끝에 엄청나게 솟은 건물들, 그 위로 뽐내듯 노랗게 내려앉은 하늘과 더 높이 크게 주황색으로 불타는 태양이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너무 작았다. 나보다 2배는 훨씬 큰 자동차들이 내 옆을 위협적으로 쌩쌩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저 저 하늘 무리지어 나는 새떼에 섞여 날아다니는 먼지 같았다. 너무 작아서 내가 떨어져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세상은 너무 컸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러나 나는 홀가분했다. 나의 시야는 넓어졌으니까! 언젠가 먼지에서 새떼로 날아오를 때가 있으리라! 그러기 위해 나는 준비를 더 해야 한다. 나는 커다란 날개로 날아오르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언젠가 당당하게 내가 겪어보지 못한 큰 세상과 마주할 것을 기약하며,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작은 세상을 향해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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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일기 - Sangwoo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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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전거 이용율 쑥쑥 높이는 아이디어, 어디 없을까? // ::국토해양부 블로그 행복누리:: 2010/07/09 11:26 [Del]
  1. Favicon of http://timecook.tistory.com BlogIcon 소춘풍

    어렸을적에 그랬던...
    음..유치원때, 그림일기 많이 그리잖아요.
    왠지,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왜, 초등학교때부터는 그림일기를 안쓸까요?
    ...문득 생각이 나서요. ㅋ

    일기 잘읽고 갑니다.
    이거 읽어도 되는 것이죠? ^^
    자전거 여행은, 역시 5단으로 놓고서 달리기죠.
    ㅋㅋㅋㅋ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괴로움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안녕하세요? 소춘풍님, 반갑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1학년 1학기까지 그림일기를 썼어요.
      하지만 블로그에 일기를 쓰니까 6학년에도 그림일기를 쓰는 셈이 되는군요.^^
      자전거를 상당히 잘 타시나봐요.
      저는 아직 5단까지 놓고서 달려본 적이 없어서...

  2. Favicon of http://a BlogIcon 유심

    오! 이제 해탈의 경지에 이르신 것 같아요! :-)

    그런데, 유심 칩은 찾으셨나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감사합니다, 유심님!
      그날 저녁에 친구한테 물어 철민이 집엘 찾아갔어요.
      철민이 엄마께서 저에게 대신 사과하시고, 철민이에게 칩을 돌려받았지요!

  3. Favicon of http://puwazaza.com BlogIcon 뿌와쨔쨔

    상우형님의 글을 읽다보면 제 자신의 조악한 글재주가 부끄러워집니다..
    어느새 홀딱 감정이입이 되어 순식간에 읽었어요.
    제발 철민이가 한 일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래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뿌와쨔쨔님, 무슨 그런 말씀을요, 제가 무안하게요~
      저도 뿌와쨔쨔님 영어실력을 보면, 어느 세월에 그렇게 될까 한숨만 나오고 제 조악한 영어실력이 부끄러워진답니다.^^
      그런데 칩은 찾고 축구공은 못찾았어요!

  4.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상우는 자전거도 잘타나 봅니다. ^^ 여름방학때 즐겁게 보낼 계획이 돼 있나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헤, 자전거를 탄지 얼마 안됐지만, 매일 타니까 점점 늘고 있어요.^^
      여름방학은 언제나 그랬듯이, 즐겁게 공부하고 즐겁게 노는 게 계획이랍니다!

    •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상우는 6학년인데 글을 너무 기가 막히게 쓰네요.^^
      대장금 세트장이면 제주도에 살고 있나요?
      글의 내용이 데미안 같이 자기의 정체성을 잘표현했어요.
      지난번에는 바빠서 못읽고 이제 자세히 읽고 많이 놀랐어요 너무 잘써서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아하, 모과님,
      너무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양주시에 살고요, 대장금 세트장은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요!
      데미안은 요번 여름방학 때 꼭 읽어봐야겠어요.

  5. 천재

    정말 초등학생이신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글 솜씨가 뛰어나십니다!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천재님, 감사합니다.
      저는 글을 잘 쓴다는 소릴듣지만, 아직 맞춤법도 많이 틀리고 글씨체도 엉망이랍니다.
      생활습관도 엉망이라 혼도 많이 나구요.^^

  6. seob

    오랜만이에요 ^^
    아직도 글을 잘쓰시네요.^^

  7. 류경민

    그림이너무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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