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샤워를!

2010. 7. 7. 09:00일기

<동생과 샤워를!>
2010.07.06 화요일

영우랑 나는 학교 끝나고 나서, 두 시간 쯤 축구를 하고 놀았다. 우리 몸은 사우나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벌레가 허물을 벗듯이, 옷을 홀딱 벗고 샤워부스 안에 들어갔다.

나는 먼저 샤워기를 높은데다가 고정하고, 물을 틀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졌다. 우리는 잡혔다가 풀려난 물고기처럼 몸을 닿는 대로 적시고, 입안에도 떨어지는 물을 한 움큼 물고, "가가가각~!" 한 다음에 풉~ 뱉어내었다.

나는 더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싶어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는데, 영우는 "우게겍~!" 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었다. 할 수 없이 미지근한 물로 온도를 맞추었다. 나는 이번엔 샤워기를 들고 얼굴부터 물을 맞고, 한 바퀴 빙~ 돌려가며 온몸에 물을 적셨다. 내 몸 구석구석을 손으로 문지르며 닦아주고, 영우에게도 몸 구석구석에 물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쿨샴푸를 두 번 쭉쭉 손에다 받고 살짝 물을 묻힌 다음, 샤워기 물을 끈 뒤에 영우 머리로 가져가 거품을 내었다. 영우는 옛날 같으면, 내가 머리를 감겨주면 "흐아아~" 하고 엄살부터 부렸을 텐데, 이제는 내가 하는 대로 꾹 참고 있다. 우리 영우도 키가 내 턱만큼 왔구나! 영우도 많이 컸고, 나도 동생을 씻어주니 많이 컸구나! 하는 만족감에, 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영우의 머리를 비볐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이 쿨샴푸는 우리 동네 미용실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인데, 쓴 약초냄새가 나며 기분이 상쾌하다.

나는 영우의 머리가 보글보글 파마머리처럼 보일 때까지, 머리 구석구석을 잘 비벼주고 거품을 내었다. 눈에 샴푸가 들어간 영우는 "형아, 이제 그만, 빨리 물 뿌려~! 빨리 물 뿌려~!" 하고 소리쳤다. 나는 얼른 영우의 머리에 대고 샤워기의 물을 발사하였다. 그리고 영우 머리의 거품이 안 남아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헹구어주었다. 영우는 '나 죽었다!' 하는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샴푸를 짜서 머리에 부풀부풀 거품을 내었다. 고개를 뒤로 넘기고 물을 뿌려서, 머리카락을 아래로 쓸어넘기면서 헹궜다. 쿨샴푸는 머리를 톡 쏘는 느낌이어서, 머리에서 시원한 불이 나는 것 같고, 머리에 쌓여 있던 고민이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엄마가 "다했구나! 얼른 나오렴!" 하고 문을 열어주셨다. 우리는 둘 다 추워서 바들바들 떨며, 몸에다 수건을 뒤집어쓰고 샤워실에서 나왔다. 영우랑 거울 앞에 서보니,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물에 젖은 생쥐 꼴로 웃는 얼굴이 똑같았다.

동생과 샤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