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쓸어줘!

2010. 6. 10. 16:10일기

<날 쓸어줘!>
2010.06.09 수요일

나에게는 얼마 전에 새로운 1인 1역이 생겼다. 1인 1역은, 교실에서 한 사람이 한 구역을 맡아 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리수거, 우유 가져오기, 칠판 지우기, 선생님 심부름하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나는 원래 6학년 시작부터 분리수거라는 일을 세 번 잇달아 하였다.

얼핏 들으면 어려운 일 같지만, 사실은 1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일에 한 번 콧노래를 부르며 친구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쓰레기 봉지를 분리 수거장에 퐁~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위, 바위, 보에 져서 2분단 청소를 하게 되었다. 1주일 내내!

나는 사실 청소가 그다지 싫지는 않다. 난 조금 지저분하지만 신기하게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작은 먼지라도 용납이 안 되고, 더 깨끗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그런 것 때문에 5학년 때는, 내가 마지막으로 늦게까지 남아서 청소를 할 때가 아주 많았다.

6학년 때에는 청소하는 것 때문에 집에 늦게 가기 싫어서, 일부러 쉬운 일을 골라서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청소가 걸린 것이다. 역시 청소를 하려고 하니, 또 그 버릇이 나와서 어느새 다른 아이들은 다 가고, 나 혼자 남아서 청소를 하게 되었다.

2분단의 뒤쪽을 쓸면 다른 쪽 바닥에서 '우리도 어서 치워주라!'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 식으로 계속 치우다 보니, 범위는 작아도 상당히 청소를 오래 하게 된다. 가끔 그냥 빨리 대충대충 하려고 하면, 남아 있는 작은 먼지들이 '우리를 놔두고 그냥 가려고? 먼지를 보고도 지나치다니! 나쁜 녀석 같으니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이 들어 빨리 끝낼 수가 없다.

나는 '오호, 미안 미안~' 하면서 작은 먼지를 주워 담고 빗자루질을 하고, 대걸레로 문지르면 교실 바닥은 빙판처럼 깨끗하다. 청소하고 나서 깨끗해진 2분단을 보면 기분도 뿌듯하고 개운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내 방의 쓰레기나 먼지는 널려 있어도, 왜 나에게 청소를 해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걸까?

날 쓸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