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투표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0/06/03 09:00
<우리 가족의 투표>
2010.06.02 수요일

우리 가족은 오전 10시 30분경에 투표를 하러 갔다. 나는 투표장에 사람이 많을까 봐 서둘러야 한다고 엄마, 아빠를 졸랐다. 그런데 투표장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가끔 지나가다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듯한 사람은,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뿐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투표하는 날이 쉬는 날이라서, 모두 놀러 간 게 아닌가 걱정을 했다.

오늘따라 햇살은 뜨겁게 내리쬐고, 양옆이 풀 한 포기 없는 밭과 도로라서 삭막한 황무지 같은 길을, 나는 그래도 씩씩하게 걸었다. 아직 투표권이 없지만, 엄마, 아빠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내가 투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신이 났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투표하는 장소는 이웃 초등학교! 초등학교 정문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니, 투표소라고 쓰인 강당이 문을 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당은 시원하고 한산했다. 나는 줄을 서서 긴장감 속에 열심히 투표 차례를 기다리는 상상을 했는데, 조금 맥이 빠졌다.

강당 오른쪽에는 의자와 책상이 있었는데, 사람이 몇몇 앉아있고 '투표 참관석'이라고 쓰여 있었다. 엄마, 아빠는 투표용지를 받아서 2번에 걸쳐 투표하셨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거기까지였다. 엄마, 아빠가 기표소로 들어가자, 꼭 천막에 들어가 배식을 받는 사람처럼 보였다.

기표소에서 나온 엄마가 입을 암 다물고 침착하게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때, 나는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라도 부정선거를 할까 봐 참관자의 눈초리가 더 매섭게 보이고, 엄마, 아빠가 선택한 사람이 과연 될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마음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투표권을 얻으려면 7년은 더 있어야 한다.

인간이 성장하는 순간은, 자기 자신의 문제나 고민과 직접 대면하는 순간이라고 하는데,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나는 민주주의가 투표로 표현되는 것을 이해하였고, 내게 그런 날이 올까 가슴이 설렜다. 우리 가족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자 점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안심을 하고, 내 키만큼 늘어진 가로수 그늘에 펄쩍 뛰어올라 인사를 했다. 민주주의여! 승리하라!

우리 가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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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aisan2 BlogIcon 표고아빠

    상우군 참 좋은 경험을 했군요.
    정말 소주한 권리의 행사이고 의무이며,책임인 것입니다.
    7년이 지난후 멋진 선택 잘 해 주시길요. ㅎㅎ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표고아빠님, 안녕하세요?
      이번 선거는 국민의 한표, 한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 선거였던 것 같아요.
      투표하고 싶어서 앞으로 7년을 어떻게 기다릴지 걱정입니다.^^

  2. 오호라

    참관인의 눈이 인상적이네요. 즐겁고 미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유권자가 되면 투표 꼭 해요~ 친구들에게도 얘기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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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친구들한테 적극적으로 투표는 우리의 신성한 권리임을 이야기할 것이고, 저도 미래에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하겠습니다!^^

  3. 방관인

    그러네요, 참관인의 눈에 번개처럼 불꽃이 번뜩이는 듯 해요... ^^;

    이전 글들을 보면, '인간이 성장하는 순간'을 겪기 이전에 상우님은 이미 성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감사합니다. 방관인님,
      저는 키는 성장을 많이 했지만, 마음이 아직 어려서 부모님 속을 썩이는 어린인걸요.^^

  4. seob

    저는 아직 민주당이 좋은지 한나라당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부모님이 어느당을 뽑았는지도 몰라요
    저는 커서 무엇을 뽑을까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지금 커서 무엇을 뽑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세상을 먼저 많이 이해하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럴러면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많이 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 관심을 두면, 저절로 판단력이 생겨서 확신을 가지고 투표할 수 있을거 같아요.^^

  5. 너의best friend

    잘썻내상우 나 누군지 알겠지?

  6. 울라라

    투표하러 간 당신의 모습 아릅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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