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사람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10/02/19 16:00
<쓰러진 사람>
2010.02.16 화요일

우리 가족은 의정부 제일시장에 외출하여, 시장 입구에 있는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었다. 마침 배도 고프고 날도 추워서, 후두둡~ 더욱 맛있게 국수를 먹고 나오던 길이었다.

그런데 상점들이 빽빽히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서 넓은 길로 다다랐을 때, 모퉁이 SK텔레콤 상점 입구에 무언가 검은 것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이 버려진 옷 뭉치처럼 보였다.

그런데 점점 더 가까이 가보니, 그냥 보기에는 옷 뭉치같지만 꼭 사람 같았다. 그렇다.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길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검은색 점퍼를 걸치고 있었고,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얼핏 뻗친 머리칼이 검은색과 은색이 섞여 있는 것을 보아,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체구가 작고 허약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때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톨스토이가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말이다. 구두장이 세몽이 길을 걷다가, 알몸으로 쓰러진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을 모른 체 하고 지나가려 하다가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듣고, 자기의 외투를 내어주고 집으로 가서 살게 해준다. 나도 그때 세몽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가지 생각은 '도와줘야 해! 사람이 쓰러져 있어, 상우야! 어서 흔들어 깨워!'라는 생각과, '어쩌면 이번에 저 사람을 지나치는 게,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몰라! 너한테 술이라도 취해 난동을 부리면 어떡해?'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결국 겁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정말 이상하게 내 머리가 '어서! 어서 지나쳐! 너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야!' 하는 악마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양심에서 악마의 유혹을 떨쳐내란 소리가 심장 소리와 같이 울렸다. 뒤에 오던 엄마, 아빠, 영우도 "어머, 어떡하지?", "하, 큰일이네!"라고 하면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빠에게 가서 "아빠, 어떻게 하죠? 119나 경찰에 전화라도 해요!"라고 하였다. 아빠는 "응, 그러자꾸나." 하면서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고 다시 한번 그 아저씨를 바라보셨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사람들이 뻔히 그 쓰러진 사람 앞을 지나가면서, 꼭 철가면을 쓴 것처럼 얼굴 표정 하나 달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거기에 누워 있다는 것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어유, 뭐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거기에 사람이 누워있는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떤 사람은 거리를 활보하고, 어떤 사람은 찬 겨울 땅바닥에 누워 있어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과연 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어렵다면, 인간이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어떤 곳이란 말인가?

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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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ob

    어! 큰일났네요. ;

  2. seob

    다음에는 어떻게했어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경찰서에서 곧 온다는 연락을 받고, 그자리를 떠났답니다.
      엄마가 편찮으셔서 거기 오래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3. 한규리

    그 아저씨는 괜찮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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