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미용실

2010. 2. 15. 09:01일기

<아슬아슬한 미용실>
2010.02.12 금요일

영우와 나는 오랜만에 이발 하였다. 나는 상가 병원에 들렸다 가고, 엄마랑 영우는 블루클럽에 먼저 가 있었다. 나는 감기약을 지어서, 함박눈이 오는 상가 앞을 부리나케 뛰어서 블루클럽에 도착했다.

오, 그런데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엄마와 영우가 한 15분 전에 미리 도착해 있었는데, 아직 머리 깎는 의자에도 앉지 못한 것이다. 나는 흠~ 한숨을 쉬며, 엄마와 영우 옆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설연휴라서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가려는 줄이 많은 거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미용사 아줌마들이 두려워하는 영우 차례가 되었다. 영우는 매우 간지럼을 잘 타기 때문이다. 영우는 아래쪽을 향해서 무언가를 감춘 듯이 실실 웃다가, 급기야는 왼쪽 턱을 어깨에 붙인 상태에서 "께께껙~ 께께겍~" 하고 수도 없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영우가 간지럽다고 자지러지게 웃으며, 마치 환자처럼 온몸을 배배 꼬꼬 흔들어서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미용사 아줌마와 엄마가 동시에 땀이 날 정도로 힘들어하시고, 영우가 내려오고 또 다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엄마께서 "머리 스타일 어떻게 할래?" 하고 물으셨다. 엄마는 짧게 자르란 얘기 대신, 내가 하고 싶은 머리가 있으면 마음껏 해주고 싶어하셨던 것 같은데, 난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난 아무렇게나 편하게 할래요! 머리 스타일이 뭐가 중요한가요?" 난 이제 머리 스타일보다는, 더 소중하고 절실한 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무서운 건 간지럼이었다. 영우가 웃는 건 어리다고 봐줄 수 있는데, 나 또한 타고난 간지럼 형제여서 가끔 이발을 할 때 자지러지게 웃는 일이 번번했다. 나는 겉옷을 벗고 긴장을 하며 차분히 의자에 앉았다. 미용실 아줌마는 의자를 아줌마가 이발하기 좋은 높이로 조금 낮춰놓고, 내 어깨에 수건을 망토처럼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다가 또 블루클럽 그림이 있는 찍찍이 망토 같은 것을 씌우셨다.

물 분무기를 내 머리에 조금 뿌린 뒤, 손으로 머리카락을 비비고 화장대에 은색 가위를 오른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내 오른쪽 머리를 한 움큼 잡초 뽑을 때 잡듯이 잡았다. 그리고는 가위로 서킁, 서킁~ 하고 한 손에 잡은 머리카락을 잘라내었다. 나는 의자에 앉을 때부터 일찌감치 오른 손톱으로 왼손을 꼬집고, 왼 손톱으로는 오른 손톱을 꼬집을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사히 지나갔다.

그렇게 오른쪽 머리와 왼쪽 머리 모두 가위질이 끝나고, 분홍색 머리 깎는 톱 같은 기계로 머리를 깎을 차례가 되었다. 나는 언제나 이 기계 때문에 웃음이 터졌기 때문에, 온몸에 힘을 빼고 최대한 웃음을 참을 각오 하였다. 기계가 윙~ 하고 머리에 부딪혔을 때 간지러워 나는 다른 생각을 하였다. 나는 참고 또 참느라 벙글벙글 웃다가 풉, 풉, 풉~ 하고 크게 세 번을 웃었다. 그래도 이발은 성공적으로 했고, 내일 외할머니댁에 갈 준비도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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