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30 토요일
3일째 아침이 밝아왔다. 전화로 들은 엄마 말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술술 말씀하셨다. 그날 하루는, 내일 엄마 병문안을 간다는 생각에 부풀어 감사기도를 드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피아노로 신나게 쳤다.
4일째에는 드디어 할머니랑 지하철을 타고 엄마를 만나러 갔다. 경복궁역에서 의정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지하철의 매력에 푹 빠져 시골뜨기처럼 어어~거리며, 쉴 새 없이 고개를 두리번거리기에 바빴다.
그런데 의정부 거의 다와 가서, 차창 너머로 가족이랑 같이 같던 식당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속속 내가 아는 건물과 거리가 나타나며, 꼭 옛날에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걸었던 내가 보이는 것 같고, 모든 건물의 불빛이 모여 엄마 얼굴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엄마, 보고 싶어요!' 하는 소리가 지하철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엄마를 만나니 기쁘고 자신감이 생겼다. 엄마와의 포옹은 이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 "지금 생활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 상황을 즐겨보렴. 엄마는 많이 나아지고 있어. 다시 너희와 만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내 등을 팔로 쓸어주면서 옆으로 내 얼굴을 보면서, 힘없지만 나지막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모습은 엄마가 나를 믿고 인도하는 천사처럼 보이기도 하고, 며칠 전 EBS에서 본 '간디'의 표정처럼 맑아 보였다. 5일째에는 사직 문화센터에 가서 모든 시름을 벗고 수영을 하였다. 할머니가 "아이구, 그게 뭐여! 수영을 할려면 좀 제대로 해야지! 수영 특강을 들어갈래?" 하고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 뭐 제가 국가대표로 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는 건데 그렇게까지 배울 필요가 있나요?"라고 말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인어가 물 만난 듯이, 영우랑 허부적, 허부적~ 소리도 요란하게 수영을 하였다.
6~8일 동안은 어둠 속에서 생각하는 날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헛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둠 속에서 폐인처럼 앉아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도 새벽은 오고 아침 해가 뜨는데, 엄마가 해준 밥 먹고 학교 다니고, 피아노치고 블로그하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그냥 내 의지가 없이 수동적으로 굴러가는 데로 해왔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지키지 못하면 빠져나갈 뿐이다! 그리고 의사가 되고 싶은 나의 꿈이 생각났다. 어떤 역경이 와도 사막에서 피운 꽃처럼, 나의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가서 미래에 꼭 훌륭한 의사가 되리라. 나처럼 엄마가 아파서 걱정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이 없게 하리라! 그리고 9일째 엄마가 돌아오셨다.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생기고 날아갈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다가 돌아온 늦은 저녁,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보물인 가족을 잃지 않게 해주셨으며, 그리고 이사실을 늦게나마 뼈에 새기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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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 tattermedia's me2DAY 2010/02/01 10:38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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