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

2010. 1. 3. 10:25일기

<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
2010.01.01 금요일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아빠 엄마가 다니는 성서 학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께서 저녁을 사주셨다.

우리는 꼭꼭 자리를 좁혀 함께 차를 탔는데, 꼭 추운 한밤중에 이사하는 곰돌이 가족처럼, 하얀 눈이 쌓인 어두운 길을 덜컹덜컹 밥집을 찾아 달려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았던 플로리다에서는 1년 내내 따뜻해서 이렇게 추운 날이 없었단다! 가장 추운 겨울이 영상 5도, 6도였는데, 그렇게만 되도 사람들이 춥다고 난리였지!" 난 할머니 말씀이 신기했다.

겨울 내내 꽁꽁 추워서, 내가 사는 세상이 온통 추위로 얼어붙은 줄만 착각하고 있다가, 우리나라의 날씨와 전혀 다른 곳이 지구 안에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달리는 자동차 안의 온도계도 영하 5~6도를 가리키고, 어제의 눈금은 영하 13~15도였으니, 대단한 차이다.

"거기는 날씨가 영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어, 그래서 얼음과 눈은 구경도 못했지. 그래서 할아버지는 눈길 운전을 못 하신단다!" 그러자 앞에 앉은 할아버지께서도, 특유의 따뜻한 웃음이 우러나는 목소리로 "그래서 며칠 전에 눈이 왔을 때에도 전철을 타고 출근했었지!" 하고 말을 이으셨다. "그래서 외국에 있다가 플로리다에 가서 10년만 살면, 옷이 모두 런닝구와 반바지밖에 안 남는다는 말이 있단다! 그만큼 날씨가 따뜻해서 진짜로 사람들이 모두 가볍게 입고 다녔지!"

할머니도 다시 신나게 말씀하셨다. "날씨가 따뜻해선지 거기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조금 느리게 걷고 느긋해. 그 때문인지 빈부의 차가 느껴지지 않아! 겨울에 난방비도 안 들고, 여름에는 덥긴 해도 비가 자주 와서 견딜만 했지! 그런데 반대로 위쪽 뉴욕에 가면,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 걸음이 빠르고 급해지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플로리다에 대한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하실 때는, 넓은 세상에서 모험을 많이 한 선장 부부같이 보였다.

나는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야자수가 늘어선 초록색 플로리다 해변을 떠올렸다가, 점점 할아버지, 할머니의 느낌 같은 플로리다를 그리게 되었다. 주황 노을이 비치는 넓은 들판, 판자 지붕에 통나무로 지은 집, 그리고 편하게 입은 런닝만큼이나 인상 좋은 배 나온 아저씨, 따뜻한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 숲! 나는 왠지 마음이 설레었다. 나는 할머니께 물었다. "그럼 할머니는 어떤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세요?" 할머니는 "나는 토종이야! 김치, 국밥~!" 하고 당당하게 소리를 높이셨다. 그건 마치 할머니는 지구 어디에 가도 나는 토종이야! 할 것처럼 당당해 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