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에 대한 진실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9/12/28 09:38
<산타에 대한 진실>
2009.12.26 토요일

석희가 밖에서 놀자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우리 집으로 불렀다. 마침 점심을 다 먹을 때쯤 석희가 도착했다. 밥그릇에 부은 물을 오로로 마시며 내 방으로 들어가, 어제 산타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석희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석희야? 산타는 진짜 있는 걸까?" 그러자 석희는 태연히 말했다. "응, 당연히 있지!" 나는 놀랐다. 요즘 산타를 믿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산타를 절실하게 믿고 싶은 아이다. 나의 이런 바람은 주위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곤 했다.

해마다 받은 선물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면, 하나같이 그건 부모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조금 비웃거나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세상이 모두 잠들었을 때, 추운 겨울 하늘을 날아서 몰래 창문으로 넘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두고 가는 산타의 이야기는 가장 심장이 흥분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산타를 절대로 믿지 않는다며 나를 바보 취급하는 아이들에게 화도 났다. 아기 예수님도 비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났는데, 산타가 썰매 몇 대 끌고 날아다니며 선물을 나눠주는 일이 있으면 뭐 어때서?

그런데 올해 나는 유독 산타 생각에 불안했었다. 왠지 이제는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산타가, 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과 더불어 산타에 대한 나의 상상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언제나 흰 수염으로 얼굴이 뒤덮여 호호호! 하고 푸짐한 웃음을 날리는 할아버지를 상상했는데, 이제는 백발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웃음도 별로 없고 뭔가 고뇌가 있어 보이는 산타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그것은 이 세상에 너무나 슬프고 힘없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서, 산타 또한 행복하게 웃고만 다니기엔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찢어질 만큼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 마음 한구석에선 적어도 6학년 때까지만 산타가 다녀가셨으면 하는 욕심이, 이루지 못할 소원처럼 갈수록 간절해졌다. 왜 산타를 믿으면 안 되는 건지, 왜 산타의 선물을 자랑스러워하면 안 되는 건지 나는 한동안 우울함에 시달렸다. 그러던 참에 어제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놓인 수첩과 샤프를 보고, 일단 기뻤다. 항상 그랬듯이 안심이 되었고, 역시 내가 착한 아이임을 또 인정받았구나 하는 마음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혹시 부모님이 불쑥 들어와 '이건 우리가 주는 거란다! 이제 산타 타령은 그만 해라!' 하고 폭탄선언을 하실까 봐, 선물을 받았다고 호들갑을 떠는 일을 삼가하고, 될 수 있으면 부모님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조용하게 굴었다. 산타를 믿는다는 내 친구 석희의 말에 놀라, 반가와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이 올라갔다. "그럼, 석희야,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어?", "아니!" 이건 또 무슨 뜻밖의 대답인가? 난 조심스럽게 석희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선물을 못 받았는데도 산타가 있다고 생각해?", "응!", "그 증거가 있어?" 석희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선물을 받았다며?" 나는 순간 '아! 그랬었지! 그거야?' 하며 피식 웃었다. "너 선물 안 받아도 괜찮니? 속상하지 않아?" 그러자 석희는 의젓하게 말했다. "응~ 괜찮아, 나 이제 많이 컸잖아~!" 나는 석희의 대답에서 쌓였던 응어리가 풀리고 마음이 훨씬 밝아지는 느낌이 났다. 난 왜 내가 컸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을까? 키도 작고 귀여운 석희가 처음으로 나보다 뭔가 커 보이는 순간이었다.

산타에 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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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ob

    저도 산타를 믿고 싶은데 친구에게 놀림감될까봐 안믿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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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림감이 될까봐 안믿는다면, 결국 놀리는 친구와 같은 입장이 되는 거 아닐까요?
      내 마음이 산타를 믿기를 원한다면 마음껏 믿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화이팅!^^

  2. 아저씨

    유유상종이라더니... 상우님이나 석희님 모두 어쩜 그리 의젓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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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안녕하세요?
      댓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석희랑 저는 덤 앤 더머라고도 불린답니다.
      아저씨,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vlxjvos

    난 지금까지 산타를 믿고 있는데....

  4. somigi0604

    산타를 죽 믿어왔던 9살 어느해
    부모님꼐서 내 크리스마스용 양말 안에 선물을 듬쁙 넣는 모습보고 아 산타는 없군!
    ..................허허;;

  5. 콩이

    전8살 때 자고이썼는데 엄마가 방에다가 뭔가를봤고,엄마나가자 그게뭔지굼궁했지만아빠가절꼭 안고있어서 다음날 그자리에가봤더니 산타선물이.....엄마가일어나서 무슨 일 지물어보니 조용히동생이못 듯 게 말하셨조."이 세상엔 산타가 없어"라고 말했어요~

  6. 김경호

    가곡 중에 "내 고향 어머니 무덤엔 눈이 몇 자나 쌓였나....."하는 노래가 있어요.
    어머니 무덤에 눈이 쌓여도 달려가 쓸어 드리지 못하니
    어머니가 얼마나 추우실까를 염려하는 노래예요.
    돌아가신지 오래된 어머니께서 눈이 온다고 추워하실리 없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요.
    그것이 마음이고 사랑이예요.
    세상은 과학적인 사실(Fact)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들이 많이 있지요.
    이야기는 그 마음의 세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상우의 아름다운 꿈은 그 꿈 안에서 틀림없는 사실, 진실이예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아, 목사님,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노래말 같아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가 엉뚱하고 꿈이 많아서 놀림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목사님 말씀을 들으니 이상하게 두렵지 않아요.
      저에 꿈이 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기뻐요.
      감사합니다!

  7. Favicon of http://blog.naver.com/k125233 BlogIcon 김지수

    저도 산타를 믿고는 싶은데 어렸을때 유치원에서 하는 산타행사에서 산타 콧수염이랑 머리,모자가 벗겨져 외국인 선생님인걸 안 뒤부터 못및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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