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긴 날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9/10/29 08:58
<처음 이긴 날>
2009. 10. 28 수요일

우리 반은 체육 시간 마지막을 언제나 축구 시합으로 마무리하는데, 운동을 제일 잘하는 성환이와 찬솔이가 양 팀의 주장을 맡는다. 그리고 각각 자기 팀에서 뛸 선수들을,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지명한다.

날씬하고 바람처럼 빠른 성환이는 자기를 닮은 빠른 공격수 위주로 뽑고,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찬솔이는 실력은 그저 그래도 열심히 뛰는 아이들 위주로 뽑는다.

성환이는 시합 중에 자기 팀이 지려 하거나, 한점이라도 골이 먹히는 날에는 얼굴이 빨개져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시합 때는 호랑이처럼 펄펄 날뛰던 찬솔이는, 끝나면 나처럼 못하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다음 시합에는 잘하자고 격려해 준다. 그래서 나는 찬솔이 팀에 들어가고 싶다. 나처럼 못하는 경우라도 적어도 끝난 뒤엔, 구박 대신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찬솔이 팀이 성환이 팀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성환이와 찬솔이가 선수를 뽑을 때, 항상 뒤에 남아 인원이 모자라는 팀에 들어갔는데, 거의 찬솔이 팀에 걸렸다. 내가 수비를 하면 동작이 느려서 골을 많이 먹어서, 내가 들어가면 양쪽 다, "우리 팀, 너무 쫄리는데?", "상우 너네가 가져!" 하고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다. 나에게 축구 시합은 찬솔이 팀에 혹처럼 붙어서, 성환이 팀의 승리에 도움만 주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일 뿐! 갈수록 나 때문에 맨날 진다는 생각에, 체육 시간마다 찬솔이 보기가 미안해졌다. 그런데 오늘 찬솔이가 영광스럽게 나를 자기 팀에 처음부터 뽑아주었다. 그것도 네 번째로! 찬솔이가 이렇게 정식으로 나를 뽑아준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죽을 힘으로 수비해 한 골도 먹히지 않고 이기자! 라는 각오로 축구 시합을 시작했다. 시합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몇 번이고 공을 튕겨내고, 온 힘을 다해 수비수들과 헉헉대고 땀 흘리고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골대를 지켰다. 성환이 팀은 장맛비처럼 공격을 퍼부었다. 나는 성환이팀 아이들에게 달리기로는 게임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도록 달려 공을 반대로 차 넘겼다. 다른 때 같으면 공을 차보기도 어려웠는데, 오늘은 공을 몇 번씩 차고 또, 찬솔이의 칭찬을 들으니까 더욱 힘이나, '골대에 공이 들어가면 난 죽는다!' 하는 생각을 놓지 않고 뛰었다. 은근히 나도 혹시 수비수로는 어느 정도 쓸모있는 아이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생겨나면서!

잠시 한숨 돌리는 순간, 성환이가 바람처럼 들어와 성환이 특유의 급방향 비틀기로 수비진을 뚫고, 골문을 향해 축구공을 힘껏 뿌웡~ 소리 나게 찼다. 성환이의 공이 골문을 향해 날아가던 시간은,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시간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속으로 '안돼! 제발 저것만은! 나 죽는단 말이야!'소리치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공이 들어갈려다 골대에 맡고 튕겨나가, 그것을 골키퍼 형빈이가 잡고, 다시 힘차게 빠앙! 찼다. 오! 내 맘속에 다시 강력한 파란 불꽃이 피는구나!

그리고 경기 종료 1분 전, 우리 팀 완혁이의 날쌘돌이 슛으로 1대0이 되었다. 그러자 성환이팀은 그동안의 무패 행진을 잃지 않으려고, 모두가 한꺼번에 사납고 빠르게 덤벼들었다. 이제 몇 초 전, 홍범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우리 팀 골대를 향해 공을 몰고 왔다. 난 순간 주춤하였지만, 어렵게 얻은 우리 팀의 첫승을 잃을 순 없어! 이야~ 소리 지르며 홍범이를 향해 돌진했다. 난 반대쪽으로 공을 힘껏 차 내려고 했지만, 헛발질이 되어 오른발이 공중에 붕 떠서 비틀비틀 넘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초인적인 힘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 바로 서서 공을 탁 밟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부릅뜨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공을 계속 밟고 돌면서 시간을 끌었고, 홍범이는 공을 뺏으려고 헉헉~ 발을 돌려가며 안간힘을 썼다. 그때 체육 선생님께서 호루라기를 삑~ 부셨다. "우와, 첫승이다! 사랑해요, 완혁이!" 우리 팀은 난리가 났다. 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눈을 감고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즐겼다. 스탠드에서 실내화 가방을 챙길 때, 찬솔이가 내게 말했다. "상우야, 너 오늘 보니까 수비 되게 잘하더라! 다음부턴 꼭 널 수비로 뽑아야겠는 걸!" 나는 겉으론 조용히 웃었지만, 속으론 크게 웃으며 팔짝팔짝 뛰었다.

처음 이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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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축구왕숯돌이

    너무 생생한 중계라, 넋을 잃고 보았습니다. 축구 중계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겠네요...

  3. 아저씨

    첫 승을 축하드립니다! :-)

  4. seob

    첫승 축하드려요.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잘되나요?
    안해보아서. ㅋㅋ
    어째든 첫승 ㅊㅋㅊㅋ

  5. seob

    아 또 읽고 싶다. ㅋㅋ

  6.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손에 땀을 쥐고 읽었습니다. ^^;;;;;;

  7. jiwoo

    하하하 축하드려요~~~!!!

  8. 김지영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
    글을 읽고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

  9. 홍금보

    우와! 너무 잘 하셨습니다.
    계속 연습하시면, 홍명보 선수같은 멋진 수비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10. somigi0604

    첫 승 축하해요!
    읽는동안 가슴이 두근두근

  11. somigi0604

    나 감기걸렸어요ㅠㅁㅠ
    울 학교도 신종플루 걸린애가 한둘이 아니라 난리나고 그냥 휴교하지//
    하여튼 감기땜에 학교도 못 갔어요
    친구들이 보고싶어요ㅠㅅㅠ
    상우일기볼라고 아프고 열나는 눈 끌고 컴퓨터 켰는데 보람있네
    열이 37.6도라는데 의사선생님은 괜찬다고 끔찍한 주사만 놔주시고
    벌써12시간지난거같은데 더 아픈거같아요

    하여튼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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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감기를 오래 끌다 중이염에 걸려서 이번주에 한번 결석했었어요.
      우리 반 친구들도 요즘 결석이 잦고요.
      잘 치료하시고 꼭 나으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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