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5 목요일
급식 시간, 나는 급식 판에 밥, 김치, 노르스름한 튀김옷 사이로 파란 속살이 보이는 물고기 튀김, 쫄면, 감자국을 칸칸이 돌려가며, 착착 먹을 만큼 받았다.
그런 다음 급식을 떠주시는 아주머니들께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양손으로 급식 판을 잡고, 앞줄에 선 주영이를 따라 터덕터덕 따라 걷다가, 주영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감자국에다 밥을 한 숟갈 다 떠서 부룹~ 말아 숟갈로 꾹꾹 눌렀다. 그리고 감자국밥에 배추김치를 한쪽씩 얹어 입안에 떠꿈 넣고 추압추압~ 씹어먹었다. 추압추압 먹으면 밥이 입천장과 혓바닥에 눌려 잘 으깨지기 때문에 먹기가 편하다. 이번엔 물고기 튀김을 젓가락으로 가시가 있는지, 깨작깨작 건드리며 먹다가, 앞에 여자아이들이 "이거, 가시 있어?" "아니, 가시 없는 거야!" 하는 대화를 듣고, 생선을 한입에 음쩝 씹고 눌룹~ 삼켰다.
급식을 다 먹고 급식 판을 치우고, 밖으로 나와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화단에 앉으니,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요 며칠 나는 학교에서 대화보다 기침을 더 많이 한 것 같았다. 일단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 척했다. 그것은 나를 아는 누군가가 지나가다 생각에 빠진 나를 보고 대화를 걸게 하려는 미끼였다.
마침 경훈이가 눈을 길게 치켜뜨고 나를 향해 걸어왔다. 경훈이는 곰 인형처럼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기우뚱기우뚱 흔들면서 내 옆으로 다가와, 날 한번 쳐다보고 털썩 앉았다. 나는 속으로는 반가워서 핑~ 웃었지만, 겉으론 멍하니 땅만 바라보았다. "경훈아, 넌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 한참을 뜸을 들이다 꺼낸 말이었다.
그러자 경훈이는 낭랑한 목소리로 "음, 글쎄?" 하고 말꼬리를 올리며 안경을 한번 올려썼다. 나는 턱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음~ 그러니까 말이야, 모두 열심히 살아서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하니, "글쎄? 사후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까? 아니면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거나! 너,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하고는 경훈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나중에 보자!" 하며 일어섰다. 나도 교실로 가려고 일어섰는데, 그때 음악 선생님이 본관 문에서 나오시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다시 경훈이 쪽으로 쪼르르 뛰어가, 경훈이 귀에다 대고 살짝 속삭였다. "음악 선생님, 나보다 키가 작다! 그것도 키높이 구두를 신으셨는데 말이야!" 하고 쿠풋쿠풋~ 웃었더니 경훈이가 말했다. "그래, 그게 네가 살아가는 이유야! 음악 선생님보다 키가 크고, 그걸 보고 웃을 수가 있잖아!" 순간 난, 경훈이의 말을 통해, 그런 게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수천 가지, 수만 가지도 더 넘겠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난 경훈이에게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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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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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igi0604
친구와의 대화나 부모님과의 대화 많은것을 얻게 되는 한 행동의 종류인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소녀(?)인 난 수다떠는게 더 재미있어요 철이 없어서...;
(아 같은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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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니ㅋㅋ(지원이)
ㅋㅋ 상우님께선 참 재미있는 친구를 가지셨네요..
상우님! 상우님은 어떻게 블로그를 하게되었고 무슨 초등학교예요?
전 초화초등학교 4학년이고 하게된 계기는 컴퓨터를 공부하려고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상우
지원님도 블로그를 하시나봐요?
저는 삼숭 초등학교에 다니고요, 3학년 때부터 했어요.
1학년 때부터 쓴 일기글을 올리는 걸로 시작했구요, 처음에 할때는 컴퓨터 사용법을 잘 몰라 무지 애를 먹었답니다.
지원님도 기왕 시작하신 거 끈기있게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 보람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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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상우님,
오늘 글쓰기에 관해 이것 저것 읽으며 웹서핑을 하다가 상우님 블로그를 알게 되었어요. 상우님 일기 몇 편을 연이어 읽으며 놀랍고 들뜨고 가슴 뭉클하고...그러네요. 내 의식의 어떤 부분을 부드럽고 잔잔하게 흔들어 깨우는 좋은 글을 발견했을 때처럼요. 감사해요.
사소한 일상의 경험에서 깊고 따뜻한 통찰을 얻어가는 상우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축하드립니다. 그 경험을 기꺼운 마음으로 사람들과 나누고 계시는 것에 감사드리고요.
우리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잘 경험하고 성장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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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달래님, 반갑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제가 부족한 것이 많은 만큼 항상 감사한 것도 많답니다.
블로그도 그렇고 좋은 이웃들, 이 세상, 참 좋고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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