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에도 못들다!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9/09/10 08:56
<후보에도 못들다!>
2009.09.08 화요일

<2학기 학급 임원 선거> 1교시가 시작되자, 선생님께서 칠판 위에 하얀 분필로 똑 뚜각 똑또곡~ 휘갈겨 쓰신 글씨이다. 아이들은 "어, 벌써 해?", "너, 나갈 거야?" 하며 들썩들썩 거렸다.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회장자리가 탐났다.

선생님께서 "먼저 회장 선거를 하겠어요! 회장 선거에서 한 번에 과반수가 넘으면 그 사람이 회장이 되고, 과반수가 넘는 후보자가 없으면, 최다 득표자 둘이서 재투표를 하여 표를 더 많이 받는 사람이 회장이 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서 "먼저 후보 추천을 받겠어요! 손을 들고, 추천하고 싶은 사람 이름과 그 이유를 분명히 말해주세요!" 하셨다. 아이들은 모두 숨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나는 손을 드는 사람이 없나, 몇 번씩 뒤를 돌아보았지만, 단 한 명도 후보 추천을 하려고 나서는 아이가 없었다. 선생님도 "더 잘 생각해보세요!" 하시며 재촉했지만, 아이들은 돌처럼 꿋꿋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아니, 이 녀석들 분명히 자기를 추천할 차례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서로 앞다투어 손을 들게 뻔해~" 하고 생각하였다.

바로 그때 한 여자 아이가 사시나무 떨듯 겨우 손을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응, 그래 너 해보렴!", "저는 이승희를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승희는 1학기에 부회장을 하여, 2학기에도 회장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가 아주 작게 말하고 나서, 1학기에 남자 부회장을 했던 창기를 비롯해 한두 명 정도 추천 후보가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를 추천하는 아이는 없었다.

총 6명의 후보가 등록돼야 하는데, 그 수가 모자라서 이제 스스로 추천하는 순서가 되었다. 이번에도 한두 명 조심스럽게 손을 드는 동안, 나는 조금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번쩍 손을 들었는데, 그 뒤로부터 아이들이 서로 자기를 추천하겠다고 신나게 우르르 손을 드는 것이었다.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손을 빨리 드는 건데...' 손을 많이 들어서 인원이 초과하는 바람에, 1차 후보를 골라내기 위한 투표를 시작했다. 아이들 모두 눈을 감고  선생님께서 후보 이름을 부르시면, 마음에 드는 후보에 손을 드는 방식이다.

나는 내 이름이 불릴 때 실눈을 살짝 뜨고 칠판을 보았는데, 선생님께서 내 이름 옆에 숫자는 안 쓰시고 점만 하나 달랑 찍어놓으셨다. '우워어어~ 이럴 수가! 한 명도 없다니~' 그때 선생님께서 "좀 제대로 들자! 두 번 드는 건 뭐죠? 여기 들고 저기 들고 하지 마! 다시 한다!"하시면서 처음부터 다시 후보 이름을 불러주셨다. 이번에는 내 이름 옆에 1이라는 숫자가 붙었고 (내가 손든 건 아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1차 후보 선출해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나는 후보들이 나와 연설을 하는 동안, 목이 간질간질해서 참았던 기침을 쿨름 쿨름 카카카~ 어헉어헉, 다 내뱉듯이 연거푸 쏟아내었다. 놀란 선생님께서 얼른 조퇴하라고 하시는 바람에 선거를 다 마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지구별에서 퇴출당하는 외계인 같은 느낌이었다. 난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도대체 회장이 된 아이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 PC방도 잘 가서 인기가 좋은 걸까? 난 돌아오면서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엄마에게 "나 아니면 누가 회장이 되겠어요?" 하고 큰소리쳤던 게 생각나서 후~ 쓴웃음이 나왔다.

후보에도 못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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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ob

    아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달랑 3표ㅠㅠ

  2. Favicon of http://naver.com/asyou98 BlogIcon 박성주

    안녕?글 잘쓴다

  3. 이지우

    오... 글 잘 쓰시네요?? 저는 5표 받고 떨어졌어요..ㅜㅜ

  4. 양승은

    은근히 탐났구나 ㅋㅋ

  5. jinny

    자꾸도전하다보면 될거예요.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거예요.^^

  6. 글잘쓰시네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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