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8 금요일
학교가 휴교한 지 하루도 안됐지만, 나는 학교가 그리워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친구 석희와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바람을 쐬었다.
오늘따라 햇살이 뜨겁다 못해 짜릿했다. 석희가 "주머니에 2천 원이 있거든. 뭣 좀 같이 먹지 않을래?" 했다. 마침 오늘은 3단지에서 큰 장이 열리는 날이라, 우리는 떡볶이 파는 포장마차를 찾아갔다.
나는 국자로 종이컵에 어묵 국물을 가득 따르며 "저기 앉아서 먹으면 되겠네!" 하고, 구석에 있는 삐딱한 플라스틱 간이 식탁을 가리켰다. "그래, 좋아!" 석희는 빨간 떡볶이 한 접시를, 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묵 국물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집듯이 들고 자리에 앉았다.
다른 때 같으면 포장마차가 떡볶이, 순대 먹는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땡볕이 찌는 오전이라 그런지, 우리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먹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어묵을 한 꼬치씩 사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여유롭게 통에 담긴 이쑤시개로 떡볶이를 찍어 먹었다. 이 떡볶이는 굵고 짤막한 게 찹쌀떡처럼 입에 짝짝 달라붙었고, 매운맛이 입안에 화~ 퍼졌다.
어묵 국물은 뜨겁고 묘한 꽃게 맛이 났고, 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 좋아, 몇 번이나 일어나 국자로 떠먹느라 왔다갔다했는데, 어묵 국물 통에 진짜로 꽃게가 둥둥 무하고 같이 떠있었다. 내가 떡을 줄겅줄겅 씹으며 "넌 신종플루 때문에 학교가 휴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묻자, 석희는 "우리도 조심해야지!" 했다.
그런데 문득 왼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오른손으로는 어묵 국물이 담긴 종이컵을 든 석희의 모습이, 꼭 소주와 안주를 곁들여 먹는 아저씨 같았다. 나는 웃으며 석희에게 "우리 꼭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아저씨들 같지 않니?" 하고 물었다. 석희는 웃으며 "정말 그렇네!" 하였다. 나는 그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일부러 취한 척 다리를 잔뜩 벌리고, 어깨를 수그리고 어묵 국물을 높이 들어 먹고, 탁! 소리 나게 종이컵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석희도 '이 세상 살기 참 힘들어!' 하는 듯이, 온 얼굴에 주름을 잡고 종이컵을 높이 들어 꿀꺽꿀꺽 먹고 크~ 하였다. 그렇게 갖은 폼을 재며 어묵 국물을 몇 컵이나 먹었는지, 배가 땡땡 불렀다. 그런데 아직 굵은 떡볶이 알이 5개 남아있었다. 나와 석희는 서로 네가 먹어, 네가 먹어! 하다가, 내가 3개, 석희가 2개 먹고 일어났다. 석희는 개구리처럼 볼을 부풀리며 부읍~하는 소리를 냈고, 나는 입을 벌려 거러럭~ 하는 소리를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
|
|
|
|
Tags 간이 식탁,
개구리,
국물,
국자,
꽃게,
동네,
땡볕,
떡볶이,
몸살,
무,
석희,
소주,
순대,
술,
신종플루,
아저씨,
안주,
어묵,
왼손,
이쑤시개,
입,
장날,
조심,
종이컵,
주름,
주머니,
찹쌀떡,
친구,
컵,
포장마차,
폼,
한 꼬치,
햇살,
휴교
6 Comments
-
-
-
-
-
-
상우
와, 실비단안개님, 오랜만에 저도 반갑고 영광이예요!
드디어 오늘 학교에 간답니다.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었는지, 학교로 돌진하는 기분이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