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1 목요일
"상우야, 대박이다!" 3교시 영어 시간이 끝나고서, 영어 선생님 심부름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는데, 성환이가 멀리서 날 보며 "상우야, 대박이다!" 하고 소리쳤다.
나는 다리를 쫙쫙 뻗어 성환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왜? 뭐가 대박인데?" 하고 물었다. "큭~ 명철이가 미화한테 러브레터를 보내서 고백했다!" 나는 "오~ 그래? 그럴 수가!" 하면서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앞쪽에는 미화와 친한 여자애들이 모여, 미화 대신 명철이의 편지를 들고 소리내어 읽고 있었고, 미화는 교실 뒤 사물함 쪽에 서서 아주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여자애들 주위를 기웃거리며 러브레터의 내용을 들었다.
"그동안 계속 너를 좋아했지만,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했어! 하지만, 이제는 말해야겠어! 난 네가 너무 좋아. 이 말을 하기 위해 아주 오래 걸렸어. 나랑 사귀자! 만약에 네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울고, 울고, 울고, 울고, 울고, 또 울 거야!" 무언가 명철이의 센스가 돋보이는 러브레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에는 그걸 받은 당사자, 미화 쪽으로 갔다. 미화는 계속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기만 하였다. 도무지 좋다는 건지 거부하겠다는 건지를 모를 반응이었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때쯤 조용히 두 손가락으로 X자를 만들어 보였다. 나는 '음~ 명철이에 첫사랑은 이렇게 슬프게 끝이 나고 마는 것인가?' 생각하였다. 4교시 수업도 제대로 들어오질 않았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급식실로 가는 줄에, 명철이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나는 '명철이를 어떻게 위로하지?' 생각하다가, 다른 반이 앞에 꽉 막혀 있어 잠시 줄이 멈췄을 때, 미화와 친한 친구 영미가 명철이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하려는 것을 보았다. 무언가 직감이 생겨 그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슬쩍 엿들었더니, 영미는 귓속말로 "미화가 좋대. 너랑 사귀재!" 그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 사실은 요즘 유행하는 S.I.처럼 급속도로 우리 반에 퍼져나갔다. 나는 명철이에게 축하를 해주면서, 똑같이 미화를 좋아하던 병식이에게는 위로를 해주었다. 나는 명철이가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존경스러웠다. 나도 남몰래 좋아하는 아이는 있지만, 도저히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데... 나는 이런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뻘쭘해서 가까이 있는 성환이에게 사귀자고 장난을 치다가, 뜨악~하고 어깨를 한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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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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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박사
굳이 고백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지요.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부, 취미 생활, 봉사 활동 등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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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쿠
사람은 누구나 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요..
상우님, 용기내서 고백하세요!
상우님의 짝사랑이 혹시 상우님을 좋아 할 수도 있잖아요?
좋아하는 마음은 용기가 필요하답니다.>___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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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
안녕하세요.처음뵙겠습니다. 저희 담임선생님이 이 사이트를 추천해주셨는데 귀찮아서 안오던게 후회가 되네요. 앞으론 자주 방문할게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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