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새 둥지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9/05/18 09:00
<학교 앞 새 둥지>
2009.05.15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석희랑 교문 앞을 나서는데, 학교 담장 주변에 아이들이 총총 모여 있었다. 나는 "뭐지? 가보자!" 하고 당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학교 담벼락에는 내 팔뚝이 두 개 정도 들어갈 만한 크기의, 둥그런 구멍이 같은 간격을 두고 뚫려 있었는데, 어떤 구멍 앞에 서서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구멍 속에는 까칠까칠한 풀더미가 월계수 왕관 같은 모양으로 잔뜩 쑤셔박혀 있었다. 한 여자 아이가 "야! 여기 모여 있으니까 어미 새가 못 오잖아!" 하고 외쳤다. 그리고는 위를 보니, 높은 담장 위에서 햇살이 눈부셔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어미 새가 날개를 파드닥~ 들썩대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보였다. 나는 그제야 이것이 새둥지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그때쯤 6학년 형들 대여섯 명이, 이쪽으로 '툭 탓 툭 탓' 걸어오고 있었다. 그 형들은 담장 구멍 앞에 모인 우리보다 훨씬 키도 크고, 표정과 몸짓이 사나웠다. 형들은 우리를 버러지 보듯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이거 뭐야?" 하고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아도, 그게 새둥지라는 것을 6학년 형들은 곧 알아차렸고, 그 형 중 한 명이 새둥지 구멍으로 손을 쓱~ 집어넣어, 집을 바깥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나는 바짝 긴장이 돼서 "뭐 하려구?' 하고 물었다. 형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야지!"하였다. 그러자 구멍 안에 엎드린 자세로 오들오들 떠는 듯한, 새까만 아기 새 두 마리의 뒷모습이 조금씩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안돼!' 순간 형들을 말리려고 내 심장이 파이듯 타들어 갔다. 그 순간 악당이 나타났을 때 달려오는 슈퍼맨처럼, 멀리서 경비 아저씨가 '투 두 두 툭툭!' 힘차게 오셔서, 무겁고 깊은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하셨다. 그 형들은 "아무 일도 없어요~"하며, 다시 헐어낸 집을 구멍에 밀어 넣고 슬금슬금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그냥 이 구멍에 새둥지가 있었다는 것만 아저씨께 설명했다.

경비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앞으로는 이 새에게 관심을 주지 말아라! 이런 새는 원래 자연에서 스스로 커야 하는 거야!"하셨다. 나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나와 석희는 집으로 오면서 "잔인한 형들, 어떻게 그런 짓을 하지?" 하고 투덜거렸다. 다음날, 그 새들은 둥지만 남기고, 그 근처에서 흔적을 지워버렸다. 나는 그 새들이 위험을 느끼고 떠난 건지, 경비아저씨가 좋은 곳에 데려다 준 것인지, 형들이 잡아서 노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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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일기 - Sangwoo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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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esuisjoli.netne.net BlogIcon Adrian Monk

    심리학 책에서 언뜻 본 기억이 나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주변의 관심 (부모님의 사랑 등) 이 적은 환경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이 동물에게 가학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말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물을 괴롭히는건 못된 일이겠죠? 요즘엔 비둘기가 하도 많아져서 과연 제 생각이 옳나 고민하기도 하지만요 :D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와, 안녕하세요? Adrian Monk님,
      정말 반갑고요, 제 블로그를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물을 괴롭히는 건, 제 자신을 괴롭히는 것만큼 끔찍한 일인것 같아요!

  2. 신쿠

    상우님 석희가 누구에요???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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