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3 수요일
4교시, 3층 교과 연구실 문앞은, 신체검사를 하려고 줄을 선 우리 반 남자 아이들로 붐볐다. 여자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있고, 남학생이 먼저 번호대로 키와 몸무게를 한꺼번에 재는 기계 위에 올라갔다.
신체검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며칠 전부터, 나는 걱정이 되어 저녁밥을 잘 못 먹었다. 그동안 헐렁한 옷으로 가려왔던 몸무게가 드러나면, 아이들이 놀랄 것이고 또 놀릴 수도 있을 텐데 어떡하나?
나는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슬슬 반팔 위에 입은 얇은 겉옷과 양말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뒷목을 타고 또루룩~ 땀방울이 흘렀다. 맥박도 빨라졌고, 내 차례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마음은 무겁고 몸은 돌덩이처럼 탁탁~ 굼뜨게 움직였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줄 서 있는 다른 아이들도, 어떡해?~하며 초조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다못해 날씬한 성환이도 뭔가 쓴 표정이었으니까! 갑자기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얼굴빛을 눈치 채신 듯 "여러분, 지금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부끄러워할 건 아니예요! 지금 여러분은 한창 클 때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셨다.
나는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빈 복도처럼 차가운 기계 위에 올라섰을 때, 나도 모르게 입안으로 "아빠, 엄마, 그동안 고마웠습니다."하고 중얼거렸다. 키를 재는 기계의 막대기가 위에서부터 슈우욱~ 내려와, 머리끝을 톡 딱! 하고 얌체같이 한번 친 다음, 다시 털털 올라갔다. 그사이 선생님은 내 몸무게와 키를 말했고, 반장은 그것을 장부에 적고 있었다.
몸무게를 재고 내려왔을 땐, 짐을 지고 물에 빠졌던 당나귀가, 짐을 벗고 나온 것처럼 홀가분했다. 문밖으로 나올 때까지 아무도 내 몸무게를 비웃거나 놀리는 아이는 없었고, 별로 관심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알고 보니 나처럼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고민인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교실로 돌아오면서 '후~ 괜히 겁을 먹었군. 자, 이제부턴 팔굽혀펴기를 꾸준히 했던 것처럼, 계획을 세워서 걷기 운동을 해야 하겠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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