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가 뭐 이래?

2009. 4. 13. 08:52일기

<벚꽃 축제가 뭐 이래?>
2009.04.11 토요일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지방에 있는 어떤 마을에서 열린다는 벚꽃 축제를 보러 갔다. 나는 난생처음 가보는 벚꽃 축제라서 마음이 퐁퐁 들떴다. 그런데 한적한 시골 길을 들어서니 이정표도, 벚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수시로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아저씨, 할머니에게 벚꽃 축제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면 "그냥 길 따라 쭉 가면 나와유~" 하셨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우리를 따라오는 나무들과 넓은 밭에서 뛰어다니는 노루를 보고, 마구 마구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 차도 신이 나서 '부우우' 소리 내며 축제장을 향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달려갔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더럽고 작은 하천이 흐르는 곳 근처, 자갈밭에 차를 세우셨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아빠, 여기는 어디예요?" 하고 물었다. 아빠는 건너편을 가리키며 "어디기는 어디야, 벚꽃 축제장이지!" 하셨다. 순간 나는 실망했다. 쫙 펼쳐진 평평한 길 양옆으로, 솜사탕 같은 벚꽃송이가 뭉게뭉게 달린 나무들이, 하늘을 꽉 메운 길을 상상했는데, 여기는 주위가 그냥 썰렁한 벌판이었고, 실개천 위 언덕으로 듬성듬성 벚나무가 언뜻 보였다.

개천을 건너는 좁은 다리 입구에서, 경찰 아저씨들이 이곳이 벚꽃 축제하는 곳이라고 안내를 하였다. 다리를 건너니, 울퉁불퉁한 작은 공터가 나왔고 벚꽃 대신, 하얀 천막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것은 막걸리, 부침개, 국수 같은 음식을 파는 먹거리 장터였다. 그러나 천막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늘이 없어서 뜨거운 햇볕에 머리가 달궈질 정도로 아팠다. 천막 뒤로 가려진 몇 그루 벚꽃은 아직 다 피지도 않았다. 그리고 벚꽃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중앙 행사장에서는 작은 무대에서 꽹과리를 치고,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울렸다. 그리고 술 취한 할아버지 두 분이 나와서 뙤약볕 아래 춤을 추셨다. 나는 이 행사가 즐겁지 않고, 눈만 핑핑 어지럽게 돌았다. 금방이라도 '허어어억' 하며 쓰러질 것처럼 더웠고, 완전히 속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이게 무슨 벚꽃 축제야?'하고 투덜거리며 그늘을 찾았다. 나는 너무나 더워서 눈앞에 신기루 같은 빨간 빛이 어른거리고, 자꾸만 더러운 실개천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국악 공연을 보려고 꽉 찬 행사장 천막 안에, 빈의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얼굴이 핫도그처럼 익어버려 헉헉대는 영우의 손을 끌고 가서, 잽싸게 영우를 그 자리에 앉혔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가 "야, 임마! 거긴 어른들이 앉아야지~!" 하고 소리를 질러서 다시 일어났다. 그러자 곧 아빠도  "안 되겠다. 시시하다, 그만 가자! 상우야!" 하셨다. 난 그 소리가 너무 반가웠다. 차에 타고 바람이 내 뺨을 시원하게 두드릴 때서야 정신이 들며 '벚꽃 축제는 무슨? 집앞에 벚꽃들이 훨씬 낫겠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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