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의 첫 종소리

2009. 3. 5. 08:32일기

<5학년의 첫 종소리>
2009.03.02 월요일

내가 처음 교실에 들어가니 뜻밖에 교실 안이 어두웠다. 그 이유는 창밖에 바로 산이 있어 햇빛이 들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새 교실은 작년에 미술실이었던 자리라서 바닥이 차가운 돌 바닥이었다. 5학년 첫날 아침 교실은 으스스했다.

나는 가운데 자리 셋째 줄에 앉아,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투둑둑 투둑둑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하며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드드드들~' 문이 열리더니, 라면처럼 머리가 꼬불꼬불하고 황금색 안경을 낀, 조금 늙어보이는 여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나는 순간적으로 엇~ 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교실을 휘둘러보고는 바로 나가셨다. 몇 분 뒤, 조금 전보다 훨씬 젊은 여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이번에는 나가지 않고 교탁 앞에 한참을 서 계셨다. 아직 교실에 의자가 없어서 선생님은 빨간 가방을 메고, 머리를 숙이고 구부정하게 선 채로 무엇을 읽으셨다. 아이들은 앞뒤로 돌아앉아 재잘재잘 떠들었는데, 난 가만히 앉아 손가락 장난만 쳤다.

1교시 종이 울리기 전 선생님은 드디어 인사를 하셨다. "안녕하세요? 저는 1년 동안 여러분을 가르치게 될 고지연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우리 교실은 원래 미술실이어서 아직 컴퓨터도 TV도 스피커도 작동이 안 돼요. 하지만, 일주일 내로 설치가 될 것이니 조금만 참으세요!"

선생님은 요번에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난 새내기 선생님일 거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이도 많으신 것 같고, 결혼도 오래전에 하셨고, 교사 경력이 12년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정직한 사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 말할 때 끼어들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물렁한 분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교실 안을 슬쩍 둘러보았다.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애는 남자애 2명밖에 안되었고, 모두 낯선 얼굴이다. 머리카락 한 부분만 금색인 아이, 그새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작은 수첩에 깨알 같은 일기 글을 쓰는 아이, 300쪽짜리 영어 원문으로 된 소설책을, 20시리즈 째 쉬지 않고 읽고 있다는 아이...

'그래, 포스가 넘치는 새 선생님, 특이한 아이들, 컴퓨터에, TV, 스피커도 나간 엄청나게 넓은 교실! 정말 기발한 구성이야! 마치 나침반이 없는 배에서 북극성을 보고 항해하는 것처럼 짜릿한 기분이 드는군!' 나는 5학년 생활이 너무나 기대되어 손을 대보지 않아도, 둥당둥당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뛰리리링~ 드디어 1교시 5학년의 첫 종소리가 울렸다. 항해 시작을 알리는 힘찬 뱃고동 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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