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4 수요일
내일이면 담임 선생님께서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신다. 연수 기간이 길어서 개학을 해도 선생님 얼굴을 뵐 수가 없게 된다. 오늘이 아니면 방학 중엔 더 연락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 전화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릭~ 띠리리리릭~" 전화벨 소리가 꽤 오래 울렸는데도, 선생님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아, 역시 바쁘시구나!' 하고 전화기를 끄려는데, 갑자기 '탁~' 소리가 나더니, 선생님이 다른 누군가에게 뭐라 뭐라 하시고 나서 숨 가쁘게 "네~ 누구세요?" 하셨다.
나는 떨리는 소리로 "선생님, 저 상우예요!" 했다. "어? 상우니?" 선생님은 깜짝 부드럽게 끝말을 올리셨다. "선생님, 바쁘신가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상우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선생님을 모르는 사람이 전화 목소리만 들으면, 힘 있고 밝으셔서 아주 잘생긴 분인 줄 알 것이다.
갑자기 내가 지난해 봄, 전학 왔을 때 첫날이 머리를 스쳐갔다. 처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 말씀을 별로 안 하시고, 표정이 없으셔서 왠지 무서워 보였었다. 그래서 난 흠을 잡히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한 상태로 첫 수업을 들었는데,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리코더로 슈베르트의 <숭어>를 아이들과 같이 불며, 다정하게 수업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놓이고 따뜻해졌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저, 선생님, 혹시 제 메일 받으셨나요?", "아~ 받았다!", "그런데 왜 답장을 안 하셨나요?", "아! 그동안 너무 바빠서 답장을 못했단다. 상우야, 고맙다!",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연수 잘 다녀오세요! 끊어요~" 이렇게 선생님과의 전화는 순식간에 훌떡 끝났다.
나는 더 오래 통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발표를 하려니까 좀 후들거리는 기분이었달까? 그리고 아마 오늘 밤쯤 비행기를 타려고 짐을 꾸리시느라 선생님은 정신이 없으시겠지. 그래도 선생님과 전화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선생님, 재밌게 잘 다녀오시고 좋은 추억 많이 쌓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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