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04 일요일
우리 가족은 인천에 있는 테마 수영장으로 나들이를 갔다. 건물 4층에 커다란 수영장이 있었는데, 방학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였다. 영우와 나는 구석에 있는 어린이 물 미끄럼틀을 발견했다.
처음엔 쇠파이프를 구부려놓은 모양의 미끄럼틀을 언뜻 올려다보고, '저까짓 쯤이야 별로 안 무섭겠네!' 생각하며 미끄럼틀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올라가서 줄을 섰을 때, 아차! 내가 물 미끄럼 타는 것을 끔찍하게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5살, 미술학원에서 여름에 야외 수영장으로 캠핑을 간 적이 있었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사가 심하고 높은 미끄럼틀을 단체로 탔는데, 어떤 아이들은 신기하게 뒤로 타고 그랬다. 내가 탈 차례가 되자, 아저씨들이 "얘, 덩치 큰 게 용감하겠는데!" 하면서 나를 번쩍 들어 뒤로 태운 것이다. 나는 그때 너무 어려서 물 미끄럼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물에 휩쓸려 내려가는데,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중간쯤에서 미끄럼틀 난간을 꽉 붙잡고 안 떠내려가려고 바둥거렸다.
두 손으로 난간을 붙들고 오도 가도 못한 채, 울먹이는 나를 구조요원 아저씨가 내려와 안고 타야 했었다. 이런 기억으로 움찔움찔 하는데, 어느새 영우가 먼저 알로에 주스 마시듯이 빨리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 '퐁당~' 하고 떨어지며 왕관 모양의 물방울을 튀기고 있었다. '그래, 영우도 저렇게 잘 타는데 나라고 못할 거 있나?' 하며 세 개의 미끄럼틀 중, 제일 길이가 짧고 경사가 낮은 미끄럼틀 앞으로 다가갔다.
앉은 자세로 다리는 내려가고 있었지만, 두 손은 아직 난간을 꽉 잡고 있어서, 나무가 도끼질을 당해 넘어가듯이 서서히 움직였다. 난간을 놓자마자 롤러코스터 타듯이 슝~하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무서웠고, 온몸의 살이 떨렸다. 마치 만화에서 보았던 영혼의 육체 이탈처럼, 몸보다 영혼이 먼저 앞으로 튀어나가는 기분이었고, 몸속의 내장들이 앞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
나는 고래 입 같이 쩍 벌어진 수영장에, 새처럼 양쪽으로 물살을 가르면서 떨어졌다. '어휴, 미끄럼틀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난 죽었을 거야! 다신 타지 않을래!' 그런데 영우는 재밌다고 까르르 웃고 눈웃음을 치며, 벌써 몇 번째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난 이번에는 미끄럼을 직접 타지는 않고, 영우가 잘 타는지 보고 내려갈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영우가 출발한 것을 확인하려고, 미끄럼틀 위에 앉았다가 '음, 탈 없이 내려갔군~'하고,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어떤 버섯 머리를 한 아이가 "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나를 밀었다. 순간 그 아이의 미는 팔힘과 미끄럼의 물이 앞으로 쏠리는 힘으로, 내 몸도 앞으로 쏠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마치 이 세상이 내게 빨려드는 것 같이 미끄러졌다. 나는 숨이 멎은 것처럼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심장을 두 손으로 안고서 물속으로 "추아악~ 펑!"하고 떨어졌다.
<영우의 짜릿한 물 미끄럼 그림입니다.>
<상우가 그린 육체 이탈 미끄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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