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른발

2008. 12. 19. 08:48일기

<나의 오른발>
2008.12.18 목요일

힘찬이 교실을 마치고 선생님께 인사하고 가려는 시간이었다. 나는 혼자서 줄넘기를 더해보려고 무심코 줄을 넘었는데, 갑자기 오른발이 미끄덩하면서 발등이 접어진 상태로, 그만 강당 바닥에 탕~ 엎어지고 말았다.

"끄아악~!"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오른발을 붙들고 덫에 걸린 짐승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며 곧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보건 선생님께서 보건실로 가서 상처부위를 보자고 하셨다.

경훈이와 새은이가 두팔을 붙들어주었다. 그러나 오른발이 땅에 닿으면 도려내는 것처럼 아파서, 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끓는 소리를 내며 헉헉거리니까, 보다 못한 새은이가 나를 번쩍 등에 업고 보건실로 데려갔다.

선생님께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붕대를 감아주실 때, 나는 입을 암 물고 참았지만, 눈썹이 종이접기하는 것처럼 마구 찌그러졌다. 선생님은 차로 4단지 앞까지 태워다 주셨다. 차에서 내릴 때, 선생님은 엄마에게 전화를 거셨고, 계속 아프면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마침 4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무도 없고 썰렁하기만 하였다. 나는 가로수를 하나씩 잡아가며 발을 질질 끌다시피 해서 걸었다. 내가 걷는 게 아니라, 땅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뜨거운 눈물이 북받쳐 올랐고, 매서운 바람이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온 세상이 나를 공격하는 것 같았고 홀로 버려진 것 같았다.

나는 다리가 찢겨나간 달팽이처럼 걸으면서, 이 외로움이 무서워 나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리고 "엄마아~!"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내가 시체가 되기 전에 엄마를 보았으면 소원이 없겠구나! 생각하며 숨을 할딱할딱 몰아쉬는데, 멀리서 놀란 엄마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엄마의 어깨에 아른아른 날개가 달린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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