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8 화요일
이른 아침, 엄마는 학교 앞 건널목 교통 지도를 하러 서둘러 나가셨다. 아직 날이 어두워서 잠이 덜 깬 나는 엄마가 식탁에 차려놓은 미역국과 밥을 졸며 먹었다.
사실 나는 엄마랑 같이 나가고 싶었다. 어제 우리 반 준렬이네 엄마에게 오늘 교통 지도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연락이 와서, 급하게 나가시는 엄마를 따라 나도 학교에 누구보다 일찍 닿고 싶었다.
영우와 나는 싸늘하고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집을 나섰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엄마를 따라 나서기에는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중학교 담을 끼고 언덕을 올라가다, 초등학교로 들어서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학교 앞 건널목 맞은편에 엄마가 서 계셨다.
지금까지 교통 지도를 해온 아주머니들은 모두 모자를 푹 눌러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무뚝뚝해 보였는데, 엄마는 모자가 머리에 맞지 않았는지, 살짝 걸쳐서 환하게 웃는 얼굴이 멀리서도 한눈에 잘 보였다.
우리가 걷는 쪽은 학교 담벼락의 그늘이 드리워 어두운데, 엄마가 서 계신 쪽은 이제 막 떠오르는 아침 햇살과 안개가 겹쳐져서 신기루 같은 빛이 피어나고 있었다. 엄마의 얼굴은 햇빛을 받아 싱싱한 호박처럼 탱글탱글 빛났다. 엄마는 우리가 알아본 것보다 더 빨리 우리를 알아보셨다. 나랑 영우도 엄마를 보자마자 축 쳐졌던 어깨가 활짝 펴졌다. 엄마는 우리에게 요란하게 손을 흔드셨다.
처음에는 못 본 척하려고 했지만, 엄마가 너무 강렬하게 v자를 그리고, 하트 모양으로 손을 올려서, 얼굴이 빨개진 채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주위에 있는 애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맘 같아서는 나도 온몸으로 반가운 신호를 그리고 싶었다.
엄마는 일부러 무술 시범을 보이듯이, 몸짓을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교통 지도를 하셨다. 마치 칼을 휘두르는 것 같이 교통안전 깃발을 높이 쳐들었고, 적의 침입을 알리는 고동을 부는 것처럼 호루라기를 힘차게 부셨다. 나는 그런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나랑 영우를 불같이 혼내셨는데, 오늘은 당당하고 힘차게, 그 누구 앞에서도 '저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야!' 하고 싶은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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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 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2008/11/19 14:02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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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맘
ㅎㅎ 직장때문에 한번도 교통안전은 서지 못했는데..
막 휴가를 내서라도 서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아침일찍부터 수고하신 상우군 어머님..
넘 즐겁게 보내신듯..~~-
상우
안녕하세요? 주은맘님!
사실 저희 엄마도 제가 학교 들어온 후로, 어제 교통지도 처음 해보신거예요.
제 학교 생활에 신경 써주지 못했던 게 미안해서, 더 요란하게 지도하신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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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제목만 봐도 너무 확 와닿는 일기네요. 우리 아들도 저렇게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상우군 엄마는 불같이 무섭다가도 참 명랑하신가보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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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안녕하세요? 미도리님, 잘 지내셨나요?
맞아요. 우리 엄마 참 독특하시죠.^^
미도리님의 아들도 분명히 미도리님을 자랑스러워하고 멋지다고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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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동아저씨
아침공기가 쌀쌀한데,,,,,,수고가 아니 참 좋은일하셔네요 ,
근데 상우가 왜 싱싱한 호박처럼 탱글탱글 하다고해을까요.
참 상우는 거짖말을 못하나바요, ㅎㅎㅎㅎㅎ
오늘도 전교생의안전을 책임져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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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도, 제 아이가 저를 보고, "저 사람이 우리 아빠야!'하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렵니다. :-)
상우님 일기를 보면, 어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아, 사뭇 놀라곤 합니다. ^^;-
상우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저는 아빠, 엄마가 저를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런데 아저씨, 아이가 있으셨나요?
저는 독신이신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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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1
상우님 어머님께서도 아주 행복하셨을 거 같으네요. 저도 교통지도를 2년간 했었지요. 모자와 상의를 입고 있노라면 학생들이 아주 말도 잘들었지요.그리고 형아도 엄마가 교통지도해 주는 모습에 신나서 자랑하곤 했답니다. 엄마들도 아이들처럼 엄마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기뻐해주는 것으로 세상에서 제일행복한 사람이 된답니다.
오늘 저녁엔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 어떨까요?^^-
상우
안녕하세요? 승객1님,
2년 동안 승객1님을 자랑스러워했을 형아의 마음이 이해가 돼요!
저희 엄마는 학교에 거의 얼굴을 안비치시는 편이라 은근히 섭섭했는데, 이번 기회에 교통지도를 2년 더 해주시라고 부탁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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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불닭님께도 댓글이 늦었네요.
제가 학교생활 하고, 친구들과 놀고 이것저것 엄청 바빴거든요.^^
불닭님도 즐겁게 잘 지내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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