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

2008. 9. 18. 20:48영화

<맘마미아 -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
2008.09.16 화요일

엄마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무슨 영화요? 했더니 아바의 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라고 하셨다. 나는 아바라는 말에 무조건 보겠다고 하였다. 엄마가 아바 노래를 잘하시는데다, 아바 노래를 자주 들었고, 특히 어릴 때, 엄마가 아바 노래를 틀어놓고, 음악에 맞추어 나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려서 둥둥 물결을 태워주셨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이 '맘마미아'라서 나는 텔레비전 만화 영화 '아따맘마' 같은 코믹한 내용인가 생각했다. '맘마미아'의 뜻은 'oh, my god!'와 같고, 우리말로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하고 놀랄 때 쓰는 감탄사라고 한다. 내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이었다면 맘마미아! 라고 외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은 소피와 도나다. 도나는 엄마고 소피는 딸인데, 소피는 결혼식을 앞두고 있고, 아빠를 보고 싶어한다. 20년 동안 아빠 얼굴을 모르고 산 소피는, 엄마의 옛 일기장에서 아빠로 추측되는 남자를 찾아내어 결혼식에 와달라고 도나 모르게 편지를 쓴다. 그것도 샘, 해리, 빌, 세 명의 남자에게! 맘마미아!

소피의 아빠 후보들은 배를 타고 도착해 도나의 집 외양간에 묵으면서 도나에게 발각된다. 그때, 흐르는 음악이 '맘마미아'(mammamia)다. 나도 이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짝 긴장이 되면서 음악에 맞춰 무릎을 들썩거렸다. 그런데 도나도 옛날에 세 남자를 만났던 시기가 거의 비슷해서 누가 소피의 진짜 아빤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맘마미아!

그러다가 배 위에서 해리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젊은 시절 도나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빌과 샘도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나는 이 노래가 정말 맘에 들었다. '우리의 지난 여름날'(our last summer)이라는 이 노래는 소피와 도나가 무지 혼란스러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추억이란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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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도나가 소피를 안아주며 부르는 노래(slipping through my fingers)는 몹시 슬펐다. 엄마가 자식을 떠나보낼 때의 마음이 저런 것이구나, 처음 알 것 같았고, 내가 이다음에 결혼을 할 때는 엄마를 저렇게 슬프게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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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앞두고 도나와 샘이 실랑이를 벌인다. 바다로 둘러싸인 절벽 위에서, 샘이 옛날처럼 다시 만나자고 부탁하니까, 도나가 이젠 세월이 흘러서 너무 늦었고, 어쩔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듯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지요'(the winner takes it all)라는 노래를 부른다. 도나가 이 노래를 부를 땐, 도나의 모습이 지는 태양처럼 쓸쓸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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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결혼식은 시작되고, 세 남자가 전부 자기가 아빠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소피는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인생 경험을 하겠다며 결혼식을 포기한다. 그 대신 샘이 도나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해서 순식간에 결혼식장은 도나와 샘의 결혼식으로 바뀌고 축하파티가 열린다.

이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과연 샘이 아빠였을까? 비록 확실치 않은 결말이지만, 샘이 도나가 제일 처음 만났던 남자이고, 샘이 도나를 제일 잊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냥 아빠라고 믿어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궁금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듯, 아바의 꿈결 같은 음악이 자꾸 마음을 적신다. 영화가 끝나자 어깨를 씰룩쌜룩하며 계속 음악에 집중하던 영우가, 활짝 웃으며 일어나서 "정말 좋은 영화야!" 했다. 내가 이 영화에서 얻은 교훈은, 같은 시기에 여러 명의 여자(또는 남자)를 사귀지 말 것, 또 아름다운 음악은 어려운 현실을 감싸준다는 점이다. 맘마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