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찾아서

2008. 9. 9. 09:01일기

<물을 찾아서>
2008.09.08 월요일

3교시, 우리 반은 운동회 때 단체로 할 우산 무용을 연습하려고, 준비해 온 우산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반들과 모여 넓게 줄을 서서 우산 무용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따갑던 햇볕이 점점 커지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운동장에 엄청난 태양빛이 쏟아져 내렸다. 연습하던 아이들은 화살을 맞은 듯, 갈수록 찡그린 표정을 지었고, 내 목은 사막에 발을 담그듯, 천 갈래 만 갈래로 타들어갔다.

무릎을 숙일 때마다 허벅지에 있는 열기가 느껴졌고, 심지어 우리들의 살이 익는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다. 지도 선생님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다른 때보다 일찍 연습을 마쳐주셨고, 아이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정수기가 있는 급식실로 뛰어갔다. 급식실 가는 길은 물을 마시러 모여드는 아이들의 행렬로 끝도 없이 길어 보였다.

나는 물을 찾는 아이들의 대열에 끼여 눈은 가늘게 뜨고, 숨을 몰아쉬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오로지 물을 향해 걸었다. 그러면서도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영화 <earth>에 나오는 코끼리들의 대이동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코끼리들은 해마다 물을 찾아서, 적도에서 몇천 킬로미터 떨어진 오카방고 삼각주까지 목숨을 건 대이동을 한다고 했다.

드디어 물 마실 차례가 되어, 컵을 들고 정수기 앞에 가까이 섰을 때, 내 목 속 나라에 사는 작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소리를 지르는 착각이 들었다. 물을 입가에 바짝 가져간 순간 내 입에서는 "오~ 감사합니다!"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물이 내 목을 타고 흘러가자 목 속 나라에는 한바탕 태풍이 몰아쳤고, 잠시 뒤 내가 마신 물이 강이 되어 흘렀다.

나는 오랫동안 내 목구멍에 흐르는 물을 음미하여 다시 한번, 또 한 번 계속해서 물배가 터질 때까지 물이 내 옷을 줄줄 적시는 것도 모르고 마셨다. 그러자 목구멍 나라에는 기적이 벌어졌다. 물이 없어 죽어가던 아이들이 살아나고, 이제 틀렸어! 하고 좌절하던 주민들까지 나와 모두 물을 마시고, 그 물에 풍덩 풍덩 물장구 치며 감사하고 좋아하였다.

나는 물을 마시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아! 우리에게 얼마나 물이 소중한가! 이제부턴 물을 물로 보지 말고, 금보다 더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며 살아야 하겠다!' 실컷 물을 마시고 트림을 한 번 하고나자, 내 목 속 나라에는 산들바람이 불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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