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수업하는 아이들

2008. 6. 2. 17:51일기

<달팽이와 수업하는 아이들>
2008.05.29 목요일

3교시 체육 시간이 끝나고 중앙 화단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데, 화단 풀숲 여기저기에서 달팽이가 보였다. 실내화를 갈아신던 아이들은 달팽이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올리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였다.

달팽이를 자세히 보니, 조그만 게 귀엽기도 하고, 툭 튀어나온 까만 눈에 뭔가 닿으면, 눈을 살 속으로 집어넣었다가, 다시 쑥 나오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제각기 달팽이를 몰래몰래 교실로 가져갔다.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은 달팽이를 나름대로 보관하며 수업을 들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신기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아이는 언제 준비했는지, 커다란 병뚜껑에 휴지를 깔고, 물을 적셔 그 위에 풀잎을 몇 장 얹어, 달팽이를 올려놓았다.

또 어떤 아이는 책상 위에 달팽이를 그냥 올려놓고, 이리저리 기어다닐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달팽이가 책상 모서리 끝까지 기어가면 등딱지를 살짝 들어 올려 다시 원래 자리로 갖다놓았다. 나는 달팽이와 달팽이를 만지작거리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신기하여, 두 눈이 왕방울 사탕처럼 커지기만 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아무 내색 안 하셨지만, 내 생각에는 달팽이도 생명이니 그걸 가지고 놀며 수업을 해도, 배울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알림장을 쓸 때, 성환이는 연필을 거꾸로 세워 달팽이가 기어올라가는 것을 중계하였다. "아! 달모씨! 어디까지 올라가십니까? 떨어지면 어떡하려구요? 젊은 나이에 죽으시렵니까? 아, 안돼요, 안돼! 아, 다행입니다! 우리에 달모씨! 다시 내려옵니다!"

청소 시간에 내가 부러워하는 걸 보고 김봄이가, 자기 사물함에 넣어둔 달팽이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등딱지를 잡아올려 달팽이를 바라보았다. 달팽이는 '여기가 어디지?'하는 것처럼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면서 몸통도 실룩실룩 흔들었는데, 그 모습이 내 새끼처럼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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