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1 수요일
이 이야기는 내가 책과 어떻게 만났고, 내가 책과 어떻게 친해졌으며, 지금은 어떤 관계인지 정리해 본 글이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읽은 책은, 아주 얇고 그림이 있는 짧은 동화책이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을날의 단풍나무 사진처럼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내가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나,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에, 엄마는 책을 읽어주셨다. 나는 엄마 곁에 딱 붙어 구름 침대에 누운 기분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는 이상하게도 친구가 없었다. 학교에 들어오면 책에서 읽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을 만날 거라고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친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책에 나오는 인물들 이야기나, 대화를 흉내 내기 좋아했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했고, 나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고 놀렸다.
나는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고, 외로웠다. 나를 놀릴까 봐, 아이들을 피해 다니다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날 친구를 만난 듯이 기쁨을 되찾았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겨 문 닫을 때까지 남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나는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그러는 사이,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세계를 나무처럼 쑥쑥 키워갔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통과 외로움을 겪는 주인공들이, 엄청난 모험을 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넌 외롭지 않아! 이 세상은 넓단다. 꿈을 잃지 마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아끼는 것들이 있다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를 먼저 꼽겠다. 이 책은 원작과는 전혀 다르고 피노키오가 훨씬 악동으로 나오지만, 나무 인형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또, 톨스토이가 쓴 동화는 너무나 배울 것들이 넘쳤다. 인간과 악마, 왕과 백성, 가난한 사람들, 이웃 관계,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깨닫고 배웠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미오, 나의 미오>는, 읽다가 푹 빠져서 새벽까지 안자고 혼나가면서 읽었던 책이다. 길을 걷다가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를 마주치면, 혹시 <모모>에 나오는 시간 도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정체를 밝히려고 몰래 뒤따라 간 적도 있었다. 또, 종마 목장에 놀러 갔다가 하얀 말을 보고, <미오, 나의 미오>에 나오는 미라미스 종족 말이 잘못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건너온 건 아닐까? 신기해하며, 다시 돌려보낼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책과 친해지면서 나는 행복을 느꼈고, 나를 놀리던 아이들도 더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어쩌면 나를 미워한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짜게 군 것인지도 모른다. 경험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친구의 어떤 한 면만 보고, 그게 그 아이의 전부인 것처럼 단정하기 쉽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속엔 너무나 많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를 미워하는 친구라도 그 아이의 숨겨진 면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책을 통해 얻은 비밀이다.
지금 나는 전학을 와서 여전히 책을 읽으며, 책보다 더 멋진 친구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책을 보물처럼 마음속에 새길 것이며, 책은 나에게 약속한다. 평생 너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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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블로그] 상우의 일기 // Midori's Web Branding 2008/05/28 10:59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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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요즘 책을 본지가.ㅎㅎ 달과6펜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인데..^^: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였어요.ㅎ 점점 시간이 없고 다른것에 분주해서 책을 안읽었는데..상우님 포스팅 보고 좀 더 책과 가까이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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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상우 너무 멋진글 잘 읽었어요~
나도 어릴적 계몽사 전집 100권을 어둡도록 읽던 기억이 나는데..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책읽기라는 선물을 안겨줄까 고민중이에요..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상우
안녕하세요? 미도리님, 반갑습니다!
저도 전집이 읽고 싶어 엄마한테 사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안 사주시더라구요.^^
음, 그리고 책읽는 좋은 방법은, 책이 주위에 가까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눈에 띄는 곳마다 책이 '이리 와, 날 좀 열어보렴!'하고 말을 걸 수 있게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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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1
책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상이랍니다.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하는 하는 상우님은..
넓은 세계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책을 읽어서 더 멋진 세상을 여행해보시길!-
상우
승객1님, 저도 진짜 한 권의 책을 읽으면 하나의 세상을 경험한 것처럼 기쁘고 즐거워요.
승객1님께서 항상 제게 더 넓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것 잊지 않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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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사람
하지만 책만 읽는다는 것이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랍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 중에는 현실과 이야기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요. 또한 심할 경우엔 무언가를 읽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는 중독증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는 동생 중에 이 중독증에 걸린 아이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였답니다.)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친구들에게 책을 권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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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헤, 다행히 저는 현실과 이야기를 구별 못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고요, 현실이 힘들 때, 이야기를 떠올리며 희망을 갖는 편이예요.
그리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마음이 불안한 적은 없었으니까, 중독증은 아니겠죠?^^
그리고 책을 통해 제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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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부모님이 권해서, 선생님이 권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서를 하고 교훈을 얻고 사고를 넓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풍부한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상우님을 이해해주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도 만나실 거에요. 요즘은 만화책도 좋은것이 많으니 친구들과 만화책을 매개로 가까워지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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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2
상우 어린이처럼 저도 책읽는걸 참 좋아합니다. 지금은 이리 저리 공부할게 너무도 많으니, 많이 못 읽고 있지만요. 미하일 엔데의 모모를 재밌게 읽었다고 하니, 그 분의 다른 작품 추천드려요. 정확한 제목은 출판사마다 다른거 같아서 잘 모르겠고, 제가 읽었던 책에서는 짐크노프의 모험 이렇게 나온걸로 기억나네요. 저는 짐크노프 책을 먼저 일고 10년 정도 후에 모모를 읽었거든요. 3부작으로 나왔을거에요. 기관사 루카스(?)와 꼬마친구 짐크노프 그리고 루카스의 기관차 엠마(?)가 나오는 재밌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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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도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마음의 양식인 책에 눈을 돌려 보렵니다.
운동은 시작하셨는지 모르겠네요? :-)-
상우
하하, 아저씨 그러셨어요?
좋은 책 많이 많이 즐겁게 읽고 생활에 힘을 얻으시길 바래요.
아저씨가 말씀하신 이후로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인데요, 학교에서도 체육 시간에 엄청 운동을 시켜요.
체육 선생님께서 무지 열정이 강한 분이시거든요.
저처럼 운동 못하는 애들은 국물도 없답니다.
통과할 때까지 연습을 시키시는 바람에 매일 팔다리가 쑤셔요. 덕분에 살도 좀 빠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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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훌륭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평생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지금 책을 통한 풍성한 나무키우기가 상우학생을 풍성한 인생으로 이끌어 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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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꼰 미남
이렇게 독서를 '잘' 하는 학생이 있다니, 조금은 놀랍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글솜씨의 바탕에 이런 비결이 숨어 있었던 것이로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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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글솜씨는 둘째 치고, 마음이 무척 예뻐서 기특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 생각했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4학년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 때의 저는 어땠나 돌이켜 봤어요. 저도 상우 어린이처럼 친구가 없었고, 게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몰라서 언제나 혼자 있고는 했지요. 홀로 있는 것이 너무 싫어서 곁에 있던 책을 붙잡고 매달려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책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았던 것이 아니었어요. 단지 도피처로써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지요. 많이 부끄럽습니다. 제 꿈을 위해,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해 앞으로는 상우 어린이처럼 책을 친구처럼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_^ 늦은 밤입니다.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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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앗, 댓글을 마치고 자려는데 날개님이 찾아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게 아니라, 너무 다가가려 했던 것이 문제였던 거 같아요.
항상 제가 먼저 다가가서 명랑하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그랬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거든요.
저의 행동이 친구들에겐 엉뚱하고 이상하게만 보였나 봐요.
하지만 일기에 쓴대로 희망을 잃지 않아요.
좋은 책을 읽어서 행복한만큼 친구를 만나면 그 행복을 나누어 줄 준비가 언제든 돼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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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음.. 일기를 보니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도.. 너처럼 책에 빠져 책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한적이 있었어.
중학교 1학년때.. 정말 친하던 친구와 다퉈서 1년 정도 외롭게 지낼때, 그때가 바로 책이 둘도 없는 친구였어.
책은 언제나 내가 함께하고 싶을때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재밌는 책들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게 꼭 좋은거란 생각만은 안들어.
물론 넌 책 때문에 글도 무척 잘쓰고 그렇지만
책이 소중한 친구라고 해서 너무 책만 보고 자기만의 세계속에 빠져버리는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
자꾸만 혼자만의 세상에 고립되어 가다보면 무궁무진한 생각을 하게 되잖아.
적어도 나는 그랬거든, 그래서.. 심한 우울증에 빠진 적도 있었어.
책도 처음엔 소설과 지식을 담은걸로 시작해서 점처 철학계통으로 빠지게 되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생각들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이유 없이 우울증에 걸린것도 여러번이야.
너를 암담하게 만드려고 이런말을 늘어놓는건 아닌데 그런 오해를 할지도 모르겠네.
음, 지금은 그 친구와 화해를 하고.. 또 다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가면서
우울증이나, 그런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그치만 난 아직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게 어렵고, 뭔가 나에게 결여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많이 읽고 또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글을 쓰는것도 좋지만
꼭 니가 알아 둬야 할것은 친구를 사귀는걸 절대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거야.
책을 조금더 미뤄 둘 수도 있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기에 책과 친구는 절대 함께 가질 수 없는거란 생각도 들어.
친구를 많이 사귀게 되면 책에서 멀어지고.. 또 책을 가까이 하다보면 친구와 멀어지고.. 아니, 친구와 멀어져서 책을 가까이 하는걸 수도 있겠고.
내가 이런 소릴 했다고 너무 겁먹지는 않았으면 해..!
다만, 정말로 그런때가 왔을때는 내말을 기억하고..용기내서 이겨내길 바래! 그게 또 성장과정에 하나일지도 모르니까. 알겠지?-
상우
네, 그러고보니 제가 책에 빠져 있는 동안 친구 사귀는 것을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녕님의 말씀대로 책과 친구를 함께 가질 수 없다하더라도, 저는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싶어요.
그리고 혹시 제가 친구보다 책에게 가까이 가려한다 해도, 책이 먼저 '어서 친구에게 가보렴, 널 기다리잖니?' 할 것 같아요.
좋은 충고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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